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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대'가 중국서 공중파를 못 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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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태완 특파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중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봤을까요. 한국에서는 SBS라는 공중파 TV를 통해 방영됐지만 중국에서는 인터넷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TV에서는 방영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별그대’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중국 방송국들이 방송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봤습니다. 방영만 된다면 높은 시청률은 따논 당상이고 엄청난 화제를 뿌릴 것이라는 건 너무도 뻔했습니다. 그러나 중국판 ‘별그대’를 만든다는 보도는 가끔 나왔지만 정작 이 드라마를 TV를 통해 방송한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별그대’가 중국 정부의 심의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방송국들도 이를 알기에 아예 수입을 추진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별그대’는 400년전 지구에 온 외계인이 주인공입니다. 중국의 드라마 심의규정에는 미신이나 사교를 선전하는 내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별에서 온 그대의 비과학적인 배경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의 드라마 심의규정은 상당히 포괄적입니다. 예를 들어 헌법의 기본원칙에 어긋나거나 국가기밀을 누설하거나 민족통일을 저해하는 내용을 금지한다고 식입니다. 또 사회안정을 해치고 전통문화를 손상하는 내용도 금지돼있습니다. 이쯤되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입니다. 그래서 한국뿐 아니라 외국의 많은 드라마들이 TV로 방송이 되지 못했습니다.

반면 인터넷 동영상은 정부의 규제를 거의 받지 않습니다. TV드라마는 ‘선(先)심의 후(後)방송’이지만 인터넷콘텐츠는 ‘선방송 후심의’ 방식이 적용됩니다. 상대적으로 규제의 강도도 덜 합니다. 적어도 최근까지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한 인터넷을 통해 시청하는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류에 최근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신문출판방송총국이 온라인사이트에서 제공되고 있던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 ‘NCIS’ 등 4개 드라마의 방영을 중단시켰습니다. 일부는 선정성이나 폭력성과는 거리가 먼 내용인데도 상영금지 조치를 당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드라마에 중국을 비하하는 단어나 내용이 나온 것과 관련이 있다”고만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에서 상영되는 방송드라마와 단편영화에 대해서도 선심사 후방송 제도를 도입하려고 합니다. 또 인터넷에 올리는 동영상에 대해 실명제를 적용하고 인터넷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길 경우 5년간 인터넷관련 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제재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인터넷콘텐츠에 대해 심의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콘텐츠에도 TV방송과 같은 규제가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 ‘별그대’는 아예 중국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할 겁니다.

업계에서는 이미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합니다. 베이징에서 한국콘텐츠를 판매하는 한 기업인은 “이미 인터넷동영상 사이트업체나 방송국들이 정부의 눈밖에 날까봐 알아서 외국 드라마 수입을 줄이고 있다”며 “한국 드라마 수출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인터넷 규제가 한류 열풍을 차단하는 엉뚱한 결과를 낳을까 걱정됩니다. /twkim@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9.2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