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해외점포 가면 집사서 온다더니...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박신영 금융부 기자)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외 주재원을 꿈꿀 겁니다. 자신의 경력에도, 자녀들의 교육에도 괜찮은 경험이니까요. 시중은행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몇개 안 되는 해외점포에 나가려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해외여행, 어학연수가 흔치 않았던 시절에는 경쟁이 더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해외 점포에 나가면 집 한채 사서 들어 온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왜냐고요? 기본적으로 해외점포에 나가면 거주비용을 회사로부터 제공받습니다. 기존에 한국에서 살던 주택을 활용할 수 있는 투자기회가 생기겠지요. 집값 상승시기와 맞아 떨어지면 금상첨화입니다.

게다가 일본에 진출한 한국 은행들의 경우 현지 저신용자나 한계기업들에게 리베이트를 받아가며 영업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의 도쿄지점이 최근 부당대출로 감독당국에 적발된 것도 그런 배경이지요. 이래저래 해외근무가 특혜로 치부되다보니 한때 해외 점포로 발령받을 수 있는 주요 보직도 있습니다. 비서실, 전략기획실 등 고위층을 가까운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는 자리에 있다 해외로 나가는 관행이 자리잡았던 거지요.

그런데 최근 들어선 그런 전형성에서 탈피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얼마전부터 영업현장에서 고생하며 성과를 낸 사람을 우선적으로 해외 점포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해외점포에 대한 은행들의 전략도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미국의 뉴욕, 일본 도쿄, 영국 런던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진출한 탓에 역할도 의전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엔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겉보기만 그럴싸한 허울을 벗고 한국금융의 경쟁력이 먹히는 나라에 진출해 실속을 챙기자는 발상의 전환입니다.

해외점포라고 해도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은 아무래도 거주환경이 한국보다 열악할 수 밖에 없지요. 캄보디아에 나가 있는 한 은행 관계자는 “수시로 전기가 끊겨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두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저도 지난해 미얀마에 출장 가서 현지 식당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식사하는 동안 전기가 두세번 나간 기억이 납니다. 최근 한 시중은행장은 동남아의 한 해외점포에 냉동 삼겹살을 20㎏ 넘게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위생문제로 고기 한번 맘대로 먹지 못하는 직원들의 열악한 환경을 현지 방문을 통해 확인한 뒤의 조치였습니다.

세상사가 새옹지마지요? 과거에는 해외점포에 나가는 게 특혜 중 특혜였는데 이런 생각도 점차 바뀌는 것 같습니다.

해외점포가 은행 내부의 논공행상용을 탈피해 한국금융의 글로벌화를 이끄는 첨병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생각과 변화들이 쌓여 해외에서 한국 은행들의 성공담이 줄줄이 날아오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12.21(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