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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글로벌 금융사의 꿈'...해외사업 손 떼는 보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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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사실상 글로벌 보험사의 꿈은 요원해진 게 아닌가 싶어요.” 한 대형 보험사 해외 사업 담당 임원의 하소연입니다. 한때 야심차게 해외 사업 확대를 추진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러기도 어려워졌다는 얘기였습니다.

요즘 보험사 상황을 들여다 보면 이런 말을 할 법도 합니다. 동양생명은 미국 뉴욕 사무소 폐쇄를 진행 중입니다. 금융당국에 뉴욕사무소 폐쇄를 신고했고, 국내에서 필요한 승인 절차는 모두 마쳤습니다. 지난달 미국 금융당국에 2013회계연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했고, 조만간 미국 사무소를 철수할 예정입니다.

사실 동양생명 뉴욕사무소는 현지에서 영업을 하지는 않고 시장조사 등의 업무만 담당했습니다. 많은 인력이 배치돼 있는 곳도 아니죠. 그럼에도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 운영비 등을 모두 고려해 동양생명은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해외 사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결정으로 볼 수 있는 것이죠.

국내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만 봐도 그렇습니다. 삼성생명은 불확실한 보험 업황을 감안해 최근 대대적인 인력 감축과 조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해외 사업에 대한 판단이 보이는 듯 합니다.

일단 해외사업본부를 해외사업팀으로 축소했습니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 해외 사무소는 점진적으로 폐쇄 작업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실제 일본 도쿄사무소의 일부 인력을 한국으로 불러들였고,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했습니다.

삼성생명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옵니다. 가장 공감을 얻는 건 ‘금융업계의 삼성전자는 포기한 것 아니냐’는 얘기입니다. 금융업, 더욱이 장기 상품을 다루는 보험업은 기반을 다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한국에 진출한 대부분 외국계 보험사들이 시장 점유율 한 자릿수의 미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점과 일정 궤도에 오른 보험사들은 10년 이상 꾸준히 투자와 영업 활동을 벌였다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3년 혹은 경영 성과에 따라 그 미만의 임기만 채우고 자리를 떠야 하는 한국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중장기적으로 해외 사업 계획을 내놓고 추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해외 사업 초기 투자에 따른 손실 등이 경영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사업을 철수하거나 줄이는 일이 많죠.

중소형사 뿐만 아니라 대형 보험사의 인력 감축 등 몸집 줄이기가 줄줄이 이어지는 최근 상황에서는 해외 사업을 챙기는 건 더욱 쉽지 않겠죠.

“사내에서도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걸 느껴요”라는 또 다른 보험사의 해외 사업 총괄 임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