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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공시 검색 순위에서 삼성전자 제친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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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증권부 기자) 한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고 싶을 때 접속하는 대표적인 온라인 사이트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입니다. 일명 ‘다트’라고 불리는 이곳엔 ‘대한민국 기업정보의 창’이라는 설명처럼, 공개할 수 있는 기업 정보는 모두 공개돼 있습니다. 회사는 유가증권,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뿐 아니라 기타법인들까지 분류돼 있습니다. 날짜 별로 지정해 검색할 수도 있고 회사명 뿐 아니라 제출인 이름이나 보고서 제목으로도 검색할 수 있습니다. 주식을 하는 분들이라면 관심있는 기업의 재무 상태나 사업 실적을 보기 위해 반드시 ‘즐겨찾기’로 등록해 놓은 사이트죠.

증권부 기자로, 하루에도 수십번 이 사이트를 들락날락 하다 보니 절로 눈길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첫 화면 왼쪽 아래편엔 ‘많이 본 문서’란 코너가 있는데요. 많이 검색한 회사의 보고서명을 순서대로 기재해놓은 것입니다. 여기 단골 1위는 어떤 회사일까요. 원래 제일 앞자리는 거의 대부분 시가총액 1위 회사인 삼성전자 차지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주 월요일부터 24일 현재까지 삼성전자는 계속 2위로 밀렸습니다. 매출 규모로 보면 삼성전자의 7000분의 1도 안 되는 회사가 1위에 올라 있습니다. 심지어 이 회사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 상장사도 아닌 기타법인입니다. 삼성전자를 제치고 검색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는 회사는 다름 아닌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입니다. 비상장사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감사보고서를 찾아봤습니다. 청해진해운에 이어 2위 삼성전자를 빼고는 3위가 천해지, 4위가 아이원아이홀딩스로, 3, 4위도 모두 청해진해운 관련 회사들이 차지했습니다.

이럴 수 밖에 없는 것은 청해진해운 지분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청해진해운은 조선업체인 천해지가 최대 주주입니다. 또 천해지는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씨와 차남 혁기씨가 각각 주식의 19.44%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때문에 청해진해운이 대체 어떤 회사인지 궁금했던 사람들이 진짜 주인을 찾아 천해지에 이어 아이원아이홀딩스까지 거슬러 올라갔던 것입니다.

감보고서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유 회장 일가는 청해진해운 외에도 국내외에 계열사 37곳을 거느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업 영역도 해운부터 자동차 부품, 건강식품, 부동산 개발까지 다양합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의 불법적 경영이 청해진해운의 부실 관리로 이어지며 세월호 침몰사고의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수사 중이라고 합니다. 전방위 수사를 통해 그간 묵혀온 유 전 회장 일가의 비리나 계열사 간 편법 지원까지 낱낱이 밝혀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hit@hankyug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