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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100만원 회사가 피앤텔을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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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원 증권부 기자) 휴대폰케이스 부품업체인 피앤텔은 지난 2일 공시를 하나 냈습니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 건이었습니다. 피앤텔은 공시에서 창업자인 김철 대표가 피앤텔의 주식 794만주(47.26%)를 300억원에 ‘피앤텔기업인수목적’이라는 주식회사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대금 지급 일정 및 지급조건'이 남달랐습니다. 중도금 150억원은 오는 7월31일에 받고, 잔금 150억원은 8월31일에 받는다고 했습니다. 계약금은 없었습니다. 피앤텔기업인수목적은 2일 자사 사내이사인 조희종 와이글라스 대표이사를 피앤텔의 경영지배인으로 앉혀 사실상 경영권을 가져왔습니다. 김 대표는 당장 돈 한 푼 받지 않고 회사 경영권을 넘긴 셈입니다.

한국거래소에서 당장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거래소는 일단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하기 위해 이날부터 피앤텔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습니다. 그리고 피앤텔에 연락해 “공시 내용이 맞느냐"고 확인에 나섰습니다. 회사는 “계약서에 그렇게 돼 있다더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나서는 다음날 바로 정정공시를 냈습니다. 이번에는 계약과 동시에 피앤텔기업인수목적이 300억원을 지급했다고 내용을 바꿨습니다. 회사는 “(피앤텔기업인수목적과 김 대표 측이) 돈이 오갔다고 해서 믿고 (공시를) 고쳤다”고 해명했습니다.

피앤텔기업인수목적은 김모씨가 지난 2월 피앤텔을 인수하기 위해 자본금 100만원으로 설립한 업체입니다. 이런 회사가 피앤텔 경영권을 300억원에 사들였습니다.

공시를 번복한 과정도 석연치 않습니다. 거래소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4.3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