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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터가 좋은 은행 있고, 터가 나쁜 은행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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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금융부 기자) 요즘 금융권이 많이 시끄럽습니다. 금융비리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는 데다 수익성도 안 좋아지고 있지요. 저금리, 불안한 지배구조 등 이런 현상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도 나옵니다.

그런데 항간엔 은행들이 자리잡은 ‘터’ 때문에 운명이 좌우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떠돕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최근 시중은행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곳은 신한은행입니다. 개인정보 유출,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 각종 사건·사고를 피해간 은행이어서지요.

그런 신한은행 본점이 자리잡은 서울 중구 태평로 2가 120번지는 조선시대 때 동전을 만들었던 주전소(鑄錢所) 자리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조폐기관인 셈이지요. 신한은행 내부 직원들조차도 최근들어 신한은행이 금융사고에 얽히지 않고 수익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터’ 덕분이라고 얘기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한때는 모 대기업이 신한은행 본점 자리를 무척이나 탐을 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반면 ‘터’가 안 좋기로 유명한 곳도 있지요. 대표적인 게 서울 종로구 공평동 100번지에 위치한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본점 자리입니다.

옛 제일은행 본점 자리이기도 이곳은 조선시대 사법관청이던 의금부가 자리잡았었습니다. 이 곳에선 죄인들을 고문하며 죄를 추국하기도 했지요. 외환위기 직전 은행장 3명이 연달아 불명예 퇴진한 것에 이어 제일은행을 인수한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계속해서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자 이 또한 ‘터’가 안 좋아 생긴 일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터 때문에 걱정이 많은 곳도 있습니다. 본점이 서울 명동, 여의도 등 3곳에 흩어져 있는 국민은행입니다. 통합 본점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과제가 있어서지요.

국민은행 관계자는 “‘터’를 잘 골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만 있다면 전국을 다 다녀도 좋다”고도 말했습니다. 은행 실적, 회사 문화 등에 ‘터’가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없지만 이왕이면 좋은 기운이 흐르는 곳에 자리잡고 싶다는 욕심은 누구나 있을 것 같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