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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들 "차 보험료 일단 올리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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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일단 저지르고 본 거죠.” 한 중형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 총괄 담당 임원의 말입니다. 말만 무성하던 개인용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보험료 인상을 완강히 반대하던 금융당국 때문에 눈치만 보던 손해보험사들이 하나둘씩 과감하고 용기있는 결단(?)을 내리고 있네요.

한화손해보험은 다음달 중순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1.5% 올리기로 했습니다. 오프라인 손보사 중에서는 처음입니다. 1.5%가 미미해 보일 수 있는 숫자지만 한화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적자를 100억원 가량 줄일 수 있는 인상 폭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결정을 내린 한화손해보험은 뭔가 불안한 모습입니다. 이유인즉슨 보험사에 대한 제재 권한을 갖고 있는 금융감독원에 미리 보고를 안해서랍니다. 최근 금감원 인사철이 겹쳐 업무 공백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금감원의 불편한 속내가 전해져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려는 앞서 삼성화재가 지난 3월 금감원에 사전 보고 없이 업무용, 영업용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면서 금감원이 ‘대노(大怒)’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자동차보험은 완전한 가격 자유화가 이뤄진 종목입니다. 새로운 상품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보험개발원을 거치거나 내부적으로 타당성 검증을 거쳐 합리적인 근거만 있으면 손보사 자율적으로 보험료를 올리면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서민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다 국민의 관심이 워낙 큰 영역이라 금융당국이 직간접적으로 자동차보험료를 통제해온 게 사실입니다. 수익성 악화로 올릴 상황이 돼도 유지를 권고하거나, 일괄적인 보험료 인하를 주문하는 식이지요.

올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보험료 산출 기준이 되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일반적으로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사의 수익성이 악화돼 보험료가 오름)이 지난해 크게 높아져 연초부터 손보사들이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거든요. 금융당국은 절대 불가 입장이었고요.

그러다 보니 손보사들이 ‘독립운동’을 하듯이 총대를 메고 전격적으로 보험료 인상 결정을 내리는 게 요즘 트렌드입니다.

“미리 인상 계획을 얘기하고 이해를 구해도 결국 ‘NO’(안돼) 얘기를 들을 게 뻔하니깐요. 차라리 인상 결정을 해버리면 ‘이미 인상했는데 어쩔 것이냐’는, 약간 배째라 식의 우격다짐 심보도 깔려 있는 거지요. 생각해 보면 얼마나 간절하면 그렇겠습니까. 종합검사다 뭐다 밉보이면 언젠가는 보복을 당하게 마련인데요. 회사의 사활이 걸렸으니 이렇게 깜짝 발표식으로 인상을 결정하는 거지요.” 한 소형 손보사 임원의 하소연입니다.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하이카다이렉트 등 한화손보 외에 개인용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손보사들도 모두 ‘일단 저지르고 두드려 맞자’는 심정으로 보험료 인상을 결정한다고 하네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