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김한길의 눈물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고재연 정치부 기자)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눈물을 보였습니다. 올들어 2번째입니다. 지난해 장외투쟁과 노숙투쟁을 감행했던 강성이미지에 배치된 장면이 자주 목격됩니다.

23일 오전 9시께 열린 최고위원회의. 김 대표는 “지난주 수요일 텔레비전에는 ‘학생 전원구조 완료’라는 자막이 나왔다. ‘다행이다’ 하면서 ‘세월호’라는 큰 배가 바다 한가운데 누워있는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그 동안에…”라고 말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10여초 감정을 다스리는데 실패한 김 대표의 눈엔 결국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군요. 숙여해진 회의장엔 한동안 카메라 플래시 소리만 들렸습니다.

그는 “그 동안에, 그 배안에서는 우리의 아이들이 몸부림치면서 죽어가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나는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울음을 잔뜩 참은 목소리였습니다.

김 대표는 이어 “그 아이들이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고 했기에 이 땅의 엄마 아빠들이 직장에서, 사회에서 어려운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90년대 말 IMF 여파가 계속되던 때 축 쳐진 아빠들에게 힘을 줬던 노랩니다. 이어 그는 “지금 우리가 외쳐야 할 말은 ‘아이들아 끝까지 힘내라 우리가 있잖아!’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부끄러운 어른들이다”라고 말을 이었습니다.


그는 정치인으로 사과를 했습니다.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부끄럽다’는 말도 반복했습니다.자신을 포함해 국정에 책임 있는 사람들 모두가 ‘죄인’이라고도 했습니다. 책임을 묻는다면서 서둘러 사람들을 문책하고 처벌해도 우리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힘들게 한 마디 한 마디를 이어가던 김 대표는 자리를 떴습니다. 야당 대표의 약한 모습을 더 이상 내비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두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에도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땐 감정에 복받쳐 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민주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던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과 합당을 성사시키고, 의원총회에서 박수를 받을 때였습니다.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으로 최대 3만명 당원들의 탈당사태를 각오해야 하는 암담한 상황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요인이었겠죠.

김 대표의 행보를 쫓는 기자는 지근거리에서 김 대표의 눈물을 두 번이나 지켜봤습니다. 이날은 저도 순간적으로 울컥해졌고, 종일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베스트셀러 작가답게 그의 발언 하나 하나는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립니다.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제1야당 대표가 한달 사이에 두번씩 흐느끼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