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세월호 승무원 예비부부 "탈출할 수도 있었는데..."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고 정현선,김기웅씨

(인천=김인완 지식사회부 기자) 20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가족공원묘지인 부평승화원. 여객선 세월호 침몰 때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가 참변을 당한 승무원 고 정현선씨(28)가 이날 오전 10시30분 이곳 납골당 만월당에 안치됐다. 세월호에서 함께 숨져 지난 19일 안치된 연인 고 김기웅씨(28) 유골함 옆에 나란히 안치된 것이다.

영원히 함께 잠들기를 바라는 두 가족의 희망에 따라 부평승화원이 영면을 도왔다.

승무원 정씨는 군 제대 후 용돈을 벌기 위해 세월호에서 불꽃놀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씨와 4년간 사랑을 키워왔다. 그러나 이들은 오는 9월 결혼을 앞두고 지난 17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세월호에서 만나 사랑을 키우던 이들은 같은 날 함께 세상을 떠났다.

19일 정씨 빈소에 조문 온 승객들의 전언에 따르면 사고 당시 3층 로비에 있던 김씨는 사고를 인지하고 잠자고 있던 동료들을 깨워 4명이 함께 나오던 중 정씨가 없는 것을 알고 다리를 다친 한 명을 내 보낸 후 정씨를 찾아 나섰다. 김씨는 정씨를 찾았지만, 이후 둘은 배 안쪽으로 다시 들어가 다른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 40대 승객은 빈소에서 정씨 모친에게 “승객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소리치며 배 밖으로 나가라고 떠민 후, 현선씨와 기웅씨는 다른 승객들을 구하러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다가 참변을 당해 너무 안타깝다”며 비통해했다.

직작동료들에 따르면 정씨는 10년간 선상에서 일해 온 배테랑으로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평소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며 책임감이 강하고 마음이 따뜻해 작은 사고에서도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모포를 나누주는 직원이었다고 회고했다.

별명이 ‘정 장군’일 정도로 남자 못지 않게 힘든 일을 척척 해냈고, 여직원들 사이에서도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직장동료들은 전했다.

그의 언니는 “배가 집이나 다름 없었는데, 유품이 다 물에 잠겨 동생을 기릴 물건이 아무것도 없다”며 오열했다. / iykim@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