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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 투자 1인자의 '통일쪽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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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길 증권부 기자) 세계 최고 투자자 중엔 워렌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83)이 첫 손에 꼽힙니다. 그런데 지난 5년간의 수익률이 저조해 최근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요.

버핏 회장 만큼은 아닙니다만, 신흥시장 투자 만큼은 세계 1인자로 꼽히는 인물이 마크 모비우스 프랭클린템플턴 회장(78)입니다. 모비우스 회장은 50여년간 신흥시장만 바라본 사람으로, 현재 430억달러 규모의 신흥시장 펀드를 직접 굴리고 있지요.

모비우스 회장은 자신의 전용기를 타고 마음 내키는대로 신흥시장에 돌아다닌다고 해서 ‘대머리 독수리’란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매년 250일 넘게 출장을 다닌다고 합니다.

며칠 전 도쿄에서 열린 ‘프랭클린템플턴 아시아 투자포럼 2014’에 참석했습니다. 3일간 모비우스 회장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지요. 1시간의 공식 인터뷰를 포함해서요.

해외에 머무는 날이 많아서 그런지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2개월 전부터는 채식주의자가 됐다는군요. 특이하게 파란색 양복을 즐겨 입는다고 합니다. 썩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매우 진지했지만 유머도 풍부했습니다.

모비우스 회장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개인적인 투자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요즘 중국 위안화에 관심이 많다더군요. 그래서 위안화를 좀 사놓고 현지 계좌에 넣어놨다고 했습니다. 위안화가 아직 국제통화가 아니어서 자유롭게 넣고 빼는 데 제약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요즘 개인 투자자의 경우 문제가 없답니다.

특히 미국이 조만간 시행하는 ‘해외금융계좌 납세협력법(FATCA)’ 때문에 자신과 같은 부유층이 달러화 자금을 빠른 속도로 다른 통화로 바꾸고 있다고 했습니다. 예컨대 위안화나 유로화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스위스은행 역시 고객 정보를 각국 정부에 넘기고 있어 믿기 어렵다는군요.

남북한 통일에 대한 그의 시각은 확고했습니다. 통일은 한국인들의 염원이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라더군요. 독일 통일의 예를 보면, ‘통일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남북한간 경제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지요. 동서독간 차이가 크지 않았던 독일만 해도 통일 후 10년가량 발전이 지체됐는데, 통일 한국은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북한은 생각 만큼 지하자원이 풍부하지 않은데,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이 남측에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통일 직후엔 한국 증시가 단기 급등할 수도 있겠지만 곧 냉엄한 현실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모비우스 회장은 한국 증시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꿰뚫고 있었습니다. 한국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지만, 자신의 신흥시장 펀드에서도 4% 가량을 편입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코스피지수는 연말에 2100, 3년 후 2300 정도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중에 맞는지, 틀리는지 한 번 확인해 보라더군요.

세계적인 투자 대가의 예언, 올해 말이면 1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겠군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