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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말 바꿀 때가 됐다”...구글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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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파리의 IT 이야기) “이젠 정말 바꿀 때가 됐다.” 아밋 싱 구글 기업부문 사장이 18일 구글 엔터프라이스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학교 기업 등을 향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XP PC를 구글 크롬 OS가 깔린 크롬북이나 크롬박스로 바꾸라는 얘기죠. 마이크로소프한테 “한판 붙자”고 선전포고를 한 셈입니다.

크롬북은 크롬 OS가 깔린 노트북, 크롬박스는 크롬 OS가 깔린 데스크톱. 둘 다 클라우드 방식의 컴퓨터입니다. 각종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클라우드(여기서는 구글 서버)에 저장해놓고 어떤 크롬 컴퓨터에서든 접속해 이용합니다. 값이 저렴(크롬북, 30만원 안팎)한 것도 강점입니다.

크롬북이 나온 건 3년 전인 2011년 6월. 삼성과 에이서가 선봉장으로 나섰습니다. 지금은 레노버, HP, 델, 도시바 등 대다수 메이저 메이커들이 만듭니다. 지금 시점에 “정말 바꿀 때가 됐다"고 말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XP 기술지원을 지난 8일 끝냄에 따라 컴퓨터를 바꾸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밋 싱 사장의 글은 ‘오늘은 컴퓨팅의 한 시대가 끝난다'로 시작합니다.

윈도XP는 2001년에 나왔고 베스트셀러였습니다. 그러나 13년 동안 발전한 웹 기술을 수용하기에는 너무 낡아 지금은 웹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입니다. 기술지원까지 안해주면 보안도 매우 취약해집니다.

아밋 싱 사장은 비슷한 다른 것으로 바꿀 게 아니라 정말 바꿀 때가 됐다고 말합니다. 크롬북을 사용하면 안전하고, 편하고, 구입비 관리비도 적게 들고... 그래서 6월30일까지 기업용 크롬북을 사면 100달러를 깎아주겠다고 제안합니다. 물론 미국 기업/학교 등에 해당하는 얘기지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크롬북은 지난해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각급 학교에서 윈도 컴퓨터 대신 크롬북을 앞다퉈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커머셜 채널'을 통한 노트북 판매에서 크롬북이 차지하는 비중이 21%에 달했습니다. 아마존에서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은 크롬북이 휩쓸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에서는 크롬북만 사용하기엔 어려움이 많겠죠. 컴퓨팅 환경이 윈도에 최적화돼 있어서 전자금융, 전자정부, 전자거래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아래아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삼성이 국내에서 크롬북을 팔아 재미를 보지 못한 것도 이해가 됩니다. 당분간 크롬북 붐이 일어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윈도XP 기술지원 종료를 계기로 구글이 크롬북을 적극 마케팅한다는 것은 의미가 큽니다. 이제는 폰이든 노트북이든 클라우드 기반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런 점에서 크롬북은 노트북 시장을 흔들 수 있습니다. 구글의 크롬북 마케팅이 성공하면 먼 훗날 윈도XP 기술지원 종료 시점이 큰 전환점으로 기록될 수도 있습니다.

/ 김광현 IT 전문기자 (http://kwang8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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