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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셰프컬렉션'에 무명 요리사 기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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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선 산업부 기자) “다비드 올다니가 누구지?”

삼성전자가 최근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인 ‘셰프컬렉션’ 개발에 참여할 요리사에 이탈리아의 다비드 올다니를 뽑자 일각에선 이런 반응을 보였다. 세계적인 ‘스타 요리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셰프컬렉션 브랜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가전의 프리미엄화를 위해서다. 세계 유명 요리사들과 개발 단계부터 협업해 지난 3월 셰프컬렉션 냉장고를 내놨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프리미엄 가전’을 앞세우며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평가서인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3스타급 셰프들로만 협업을 진행해왔다. 프랑스 타이어 회사인 미슐랭(영어로는 미쉐린)이 발간하는 미슐랭가이드가 선정한 3스타 레스토랑은 최고 등급으로 전세계에 50군데 밖에 없다. 셰프컬렉션에 처음 합류한 프랑스의 미쉘 트로와그로의 경우 무려 45년간 3스타 등급을 받은 레스토랑 ‘라 메종 트로와그로’의 요리사다. 나머지 3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올다니의 레스토랑 ‘DO’는 미슐랭 1스타급이다. 삼성이 지금까지 협업을 진행한 스타 셰프들보다 급이 한참 떨어진다. 그런데도 삼성은 올다니를 이탈리아 신문광고의 주요 모델로 쓰고 있을 정도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왜 삼성은 올다니를 선택했을까.

밀라노 외곽에 자리한 ‘DO’를 방문하면서 의문이 풀렸다. 올다니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식기를 모두 스스로 디자인했다. 디자인에는 “고객을 편안하게 하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철학을 반영했다. 그의 레스토랑에선 수저와 포크가 하나로 합쳐진 일체형 식기만 나온다. 자원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대신 수저의 옆면을 날카롭게 해 고기도 자를 수 있게 했다. 스프 그릇 바닥면은 기울여져 있다. 마지막 한 숟갈의 스프도 편하게 떠먹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와인잔은 입이 닿는 쪽을 움푹 들어가게 해 놨다. 와인이 입에 닿는 순간 향이 직접 코에 전달되게 한 구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작은 레스토랑의 오너지만 고객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시도한 다양한 실험을 존중했다”며 “삼성의 소비자제일주의 원칙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 inklings@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