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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신세계 재무팀의 아찔했던 공시 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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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증권부 기자) 지난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신세계가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를 올렸습니다. 장재영 신세계 대표이사가 주식 281주를 취득하게 된 것을 알린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취득 내용 제일 아래 쪽에 최대주주등 주식소유현황에 오른 신세계 오너가의 이름이었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부사장이 ‘정유진’으로 표기가 됐습니다. 책임자가 정용진의 ‘진’과 잠시 헷갈린 것일까요. 처음 공시가 뜬 게 오후 5시30분이었고 ‘기재정정’으로 수정 공시를 띄운 게 오후 6시5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너 일가의 이름을 잘못 기재했으니, 담당자도 진땀 좀 흘렸겠죠. 단 35분만에 정정한 건 ‘불행 중 다행’입니다.

혹시나 해서 한 포털 사이트에 ‘정유진 부사장’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역시나 몇몇 언론에서 신세계 부사장으로 잘못 쓴 기사가 보입니다. 같은 이유로 혼란이 있었던 걸까요. 그래서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정유경 부사장에 대해 좀 알려드릴까 합니다.

정유경 부사장은 1972년생으로 정용진 부회장의 네살 아래 동생입니다. 어머니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아버지는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이죠.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비주얼디자인 전공으로 입학했습니다.

이듬해 미국으로 떠나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1996년 신세계 계열사인 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보로 처음 입사해 경영에 첫발을 내디뎠고 2003년 조선호텔 프로젝트 실장(상무)을 거쳐 2009년엔 신세계 부사장이 됐습니다.

언론에 대대적으로 노출된 적은 없지만 2007년 본점 본관(명품관) 오픈, 2009년 신세계 센텀시티 오픈을 도우면서 뒷편에서 역할을 해왔죠. 하지만 지난해엔 빵집 관련 재벌들의 골목상권 장악으로 여론의 포화를 맞았습니다. 결국 소유하고 있던 신세계SVN(옛 조선호텔베이커리) 지분 40%를 정리했습니다. 이후엔 신세계 경영과 관련해 정 부사장의 역할이 부각되진 않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논란 이후 활동 반경이 위축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 부사장이 전공을 잘 살려 경영에 참여하면서 ‘리틀 이명희’로 불려온 만큼 그룹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도 나옵니다.

어쨌든 결론은 면세점, 아울렛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가는 신세계에서 주목해야 할 그 이름은 정유진이 아니라 정유경이라는 겁니다. / hit@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