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대형 패션업체 지각변동에 구직자들 '중견기업으로'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이도희 한경 잡앤스토리 기자) 대형 패션업체들의 ‘줄줄이 개편’에 혼란을 느낀 관련업계 구직자들이 중견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제일모직과 LG패션(현 LF) 등 매출 국내 상위권 업체들이 사업조직을 개편한 데 이어 사명까지 변경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구직자들이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적은 중견기업에 지원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현재 신입사원을 채용 중인 중견 패션업체의 경쟁률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서류접수를 마감한 세정그룹은 경쟁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고 세아상역에도 전년대비 많은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삼성・LG 등 패션업계 ‘지각변동'

최근 삼성 등 대기업이 패션시장에 잇따라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스타트는 삼성이 끊었다. 삼성은 지난해 9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떼어내 에버랜드로 흡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에버랜드의 레저사업과 패션사업간 시너지를 노리는 한편 패션사업을 에버랜드의 최대 매출처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LG패션도 지난달 말 LG라는 타이틀을 완전히 떼고 ‘LF'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탈바꿈했다. LF는 이미 2006년 LG상사에서 분리된 독립 패션유통회사였지만 당시 사명 변경에 따른 혼란을 우려해 6년간 LG 측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LG라는 이름을 사용해왔다.

LF는 올 초 이관섭 전 LG전자 글로벌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상무를 마케팅담당상무(CMO)로 영입하며 조직 개편을 꾀했다. 이 상무는 P&G, 피자헛 등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다 2007년 LG전자로 적을 옮긴 바 있다. SPA 브랜드인 TNGTW는 철수하고 수입 컨템포러리와 액세서리부문을 강화하는 등 사업개편에도 힘을 쏟고 있다.

롯데도 한때 변화 조짐을 보였다. 롯데는 현재 롯데백화점의 글로벌 패션사업 부문(GF)을 통해 ‘타스타스’ ‘핑키걸’ 등의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패션사업을 떼어낸다는 소문이 돈 것이다. 현재 이 안건은 폐기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중견 패션기업 경쟁률 일년 새 ‘30% 이상’ 올라

이 같은 사업 개편은 채용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LF는 상반기 공채를 지난해보다 한 달 늦춘 다음 달 초 시작한다. 회사 측은 “인적성검사(LAST) 추가 이슈 외에도 사명변경 등의 이유로 일정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채용 규모는 작년과 비슷한 20여명이다.

에버랜드 안에서 별도의 채용팀을 꾸려 공채를 진행 중인 패션부문은 올 상반기 어학 지원자격을 토익 스피킹 6급에서 7급으로 한 단계 올렸다. 이 같은 배경에 대해 회사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지만 외부에서는 ‘지원률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잇따라 변화를 시도하면서 중견 패션업체들로 눈을 돌리는 구직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취업난이 심각해진 까닭도 있지만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중견기업이 더 안정적으로 느껴진다는 의견도 많다.

작년 상반기부터 구직활동을 해온 A씨(의상디자인학과・졸)는 “디자인 분야는 기업 규모에 따라 연봉과 복지 차이가 커 대부분 대기업을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이들이 계속 변화를 시도하면서 최근에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중견기업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신입사원을 채용 중인 중견 패션업체의 경우 경쟁률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16일 서류접수를 마감한 세정그룹은 작년에는 경쟁률이 60대 1이었는데 올해는 3000명 이상 몰리는 바람에 경쟁률이 100대 1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아상역도 마감일을 나흘 앞둔 17일 현재 지난해 전체 지원자의 약 절반인 2000명이 몰렸다. 지난해 상반기 이 회사 지원자 수는 4390명이었다. 평상시 마감 직전 절반 이상의 지원자가 몰리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이를 넘을 것으로 채용팀은 예측하고 있다.

최혜정 세정그룹 인재개발팀 대리는 “취업난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매년 경쟁률이 크게 오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9(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