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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경선'의 진수 보여주는 정몽준과 김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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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진 정치부 기자] 서울시장 새누리당 경선이 그야말로 ‘막장’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김황식 전 총리와 정몽준 의원 간 ‘네거티브’ 공방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당초 “깨끗한 정책 대결로 아름다운 경선을 하겠다”는 김 전 총리의 지지율이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게 네거티브 공세의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최근 두 후보간 공방을 3라운드로 나눠서 분석해 봤습니다.

#1라운드 : 현대중공업 ‘백지신탁’

두 후보 간 가장 큰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바로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 백지신탁 문제입니다. 지난 9일 김 전 총리는 TV토론을 통해 이 문제를 제기하며 ‘선방'을 날렸습니다. 김 전 총리는 “백지신탁에 대한 명확한 의견이나 대응책을 내놓는 것이 정후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며 강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이에 정 의원은 12일 “지방에 있는 조선소 얘기다, 서울시장 선거와 무슨 관련이 있냐”며 반박했는데요. 김 전 총리측은 ‘너 잘 걸렸다’는 식으로 포화를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잽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백지신탁 문제와 비교하며 들어갔습니다.


“이 전 시장이 2006년 당시 현대중공업 주식이 786주밖에 없었는데 백지신탁위의 직무연관성 판정에 따라 매각했다”며 “정 후보가 가진 현대중공업 주식은 770만주인데 직무연관성이 1만배 더 높아진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한 겁니다.

그러자 정 의원은 “김 후보는 법관 출신이지 신탁위원이 아니지 않느냐”며 “(블룸버그 통신 창업주인)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블룸버그 통신 주식과 관련해 ‘심사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었다”며 방어를 했죠.

특히 “2006년은 법 시행 후 첫 번째 케이스로 당시 심사위는 내부 지침으로 ‘대통령, 비서실장, 광역단체장, 경제부처장관 등은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무조건 주식을 매각하도록 하는 이른바 ‘포괄적 직무관련성’을 따르게 해 해당 직책에 있는 사람은 어떤 주식도 보유하지 못하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 외에 다른 주식도 매각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김 전 총리는 보고서 쪽수, 줄 위치까지 대 가며 지지 않고 반격했습니다.


“뉴욕시 이해상충위원회(Board of Conflicts of Interests)는 불룸버그 시장이 당선되자마자 주식의 백지신탁을 강하게 권고했고 (2007년 보고서 3쪽 17줄, 4쪽 16줄) 재단에 백지신탁이 이루어진 후에도 투자의 비윤리성에 대해 꾸준하게 경고하는 등 직무관련성을 명백히 결정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백지신탁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된 회사의 주식을 보유할 경우 직무수행의 공정성,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그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적 장치”라며 “700억원대 문정지구 개발에 참여한 현대오일뱅크 등 현대중공업은 각종 계약을 통해 서울시와 포괄적이 아닌 구체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원투 잽을 서로 나란히 나눠 친 셈이 됐습니다.

#2라운드 : 김황식 전 총리 병역면제

그러자 이번엔 정 시장이 김 전 총리의 가슴에 ‘훅’을 날렸습니다. 김 전 총리의 병역 기피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한 겁니다. 정 의원 캠프 측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1968년과 1969년에 2회에 걸쳐 병역연기를 했고 1970년과 1971년에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이유로 징병연기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는 김 후보의 형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진단서는 전남대병원에서 발급받았다고 하는데 아무런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겁니다. 2010년 총리 청문회 당시에도 전남대병원에 기록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전남대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받았다고 주장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더욱 의심스런 추측도 제기했습니다. 김 후보는 1972년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아닌 ‘부동시’로 병역면제를 받았는데 ‘부동시’가 1971년 병역법 개정으로 병역면제 사유가 됐다는 겁니다. 김 후보는 고등학교 시절 배드민턴 선수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있고, 1974년 판사 채용 신체검사에서 받은 검사결과는 좌우 시력이 0.2, 0.1로 1디옵터 차이로 정상 시력이었다는 주장입니다. 정 의원 캠프측은 의학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시력 회복 등의 이유로 의도적으로 병역을 기피하려고 했던 게 아닌지 많은 의혹을 낳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각 김 전 총리 측은 14일 김 후보에게 제기된 병역 기피 의혹에 대해 “세 차례에 걸친 혹독한 청문회에서 다 해명된 내용”이라고 방어했습니다.


그러나 정 의원은 김 전 총리가 세 차례 청문회에서 병역 기피 의혹을 제대로 해소시킨 적이 없고 ‘혹독한’ 청문회였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재 반박했습니다. 첫 번째 2005년 11월 대법관 청문회에서는 ‘1972년 부동시로 병역면제를 받은 사실’만 거론되었을 뿐 1970년과 1971년에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2회 병역연기가 된 사실은 거론조차 되지 않을 만큼 부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2005년 대법관 청문회 때 검증 대상은 병역이 아닌 ‘법조계에 만연된 전관예우, 국가보안법 폐지, 법관의 정치적 중립’ 등에 대한 것이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두 번째 2008년 9월 감사원장 청문회에서는 송영선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신청한 자료가 청문회 당일까지도 제출되지 않아 송 의원이 원하는 자료를 검토도 못한 상황에서 질의가 진행되었다고 말했습니다.

#3라운드 : 천안함을 비롯한 안보관

‘병역문제’로 코너로 몰리는 등 ‘네거티브’작전이 먹히지 않자 김 전 총리 측은 다시 세번째 펀치를 날렸습니다. 바로 정 의원의 안보관 문제인데요. 정 의원이 2010년 9월 1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의 70%가 천안함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다”며 “더 이상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이 어떨까, 덮어버리고 잊어버리는 것이 해결책은 될 수 없을까 생각을 해본다”고 발언한 내용을 들고 나왔습니다.


또 정 의원은 두 번째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2012년에 당내의 중론이었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제명안에 반대했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15일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조차 이석기 제명징계안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다루겠다고 밝힌 마당에 정 의원의 정체성을 모르겠다는 겁니다.

경선이 14일 남은 상황에서 김 전 총리 캠프 측은 마지막 카운터 펀치 한방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김황식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향후 벌어질 TV토론에서 정의원을 한방에 보낼 신상 관련 새로운 ‘비밀’을 깜짝 공개하겠다고 합니다.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정 의원에게 매우 불리한 내용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두 후보 간 네거피브 공방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권 후보의 본선 경쟁력만 갉아먹는다고 판단해서죠. 또 다른 경선주자인 이혜훈 최고위원은 17일 기자회견을 자청 “두 후보의 네거티브를 당장 중단하고, 당 지도부는 두 후보에게 ‘옐로우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깨끗하고 멋진 경선 하겠다고 선언했던 김 전 총리가 지지율에 눌려 네거티브로 가고만 있는 모습이 그저 안타깝기만 합니다. 정치권에 발을 담그면 모두 똑같이 변하는 걸까요? 김 전 총리는 깨끗한 경선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그만 실망시키고 남은기간동안 제대로된 정책대결 한판 벌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7일 진도 세월호 침몰사건이 불거지면서 양측 캠프의 막장경선은 일단 멈췄습니다. 두 후보는 경선일정을 멈추고 현장으로 달려갔고, 다운간 선거운동 중단키로 결정했습니다. 18일 예정된 TV토론도 순연됐습니다.

하지만, 두 후보간 ‘네거티브 경선’이 여기서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