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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자신 없으면 나가" 외친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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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규 금융부 기자) 은행권에서 부당대출, 횡령, 정보유출, 대출사기 등 금융사고가 연일 이어지고 있죠. 사고 때마다 은행들은 뭇매를 맞고 있는데요. 소나기를 피한 곳이 한 곳 있습니다. 신한은행입니다.

신한은행이 매번 금융사고를 피하고 있는 데 대해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꼭 운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왜 신한은행에서는 사고가 터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신한은행의 남다른 스파르타식 정신교육 프로그램 덕분이라는 진단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것이 신입행원 연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정독’입니다. 거창한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그냥 수백명이 함께 줄을 맞춰 서서 소매와 바지를 걷어 붙이고, 기마자세로 도산 안창호의 ‘주인 정신’을 큰 소리로 따라 읽는 방식입니다.

일부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이 프로그램을 겪은 신한은행 직원들의 말은 다릅니다. 수십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정신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또 다른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맹폐’라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서서 여러 사람들 앞에서 서로를 상대로 고함을 칩니다. 한쪽이 나가떨어질 때까지 말이죠. 이 때 외치는 소리는 단 한 마디입니다. “자신 없으면 나가”입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지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고함을 치게 된다고 합니다. 없던 ‘독기’도 생긴다고 하네요. 이 프로그램은 그러나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약간 가혹하다는 내부평가 때문이었죠.

하지만 ‘정독’과 ‘맹폐’가 지금의 신한은행을 만들었다고 다른 은행들은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물론 신한은행의 지배구조가 다른 은행보다 안정적이라는 이유가 크겠지만 말이죠.

국내 은행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정독’이든 ‘맹폐’든 가리지 않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은행권이 다시 신뢰 받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