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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항공업계 "우리도 허브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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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아 산업부 기자) “항공업까지 ‘갈라파고스화’되도록 놓아둘 수 없다."

요즘 일본 항공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일본 전자기기 업계가 세계 무대에서 고립되면서 ‘갈라파고스 증후군(특정 업계에서 자기 표준만을 내세우다 섬처럼 떨어져 나와 외면받는 것)’에 빠졌다는 비판을 항공업계마저 받게 할 순 없다는 겁니다.

일본 내에서 이런 ‘한탄’이 나오는 이유는 아시아 항공업계 중 일본의 존재감이 가장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인천국제공항이라는 세계적인 허브 공항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자국 항공사들의 덩치를 키우는 중입니다. 동남아시아는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이 발달하면서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베트남 비엣젯 등 유명 LCC들이 즐비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인천공항처럼 유명한 허브공항도 없습니다. 일본의 대표 국적항공사인 일본항공(JAL)은 그야말로 망하기 직전까지 간 끝에서야 정부 공적자금 투입과 ‘구원투수’로 영입된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겨우 살아났습니다. 일본 최초 LCC인 피치항공은 2012년에야 설립됐습니다. 어느 하나 내세울 만한 게 없는 셈입니다.

일본 정부는 허브 공항 되살리기 차원에서 ‘도쿄 하네다공항 키우기’에 나섰습니다. 하네다공항의 국제선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겁니다. 하네다 공항은 지난달 30일부터 국제선 연간 운항 횟수 한도를 기존 6만회에서 9만회로 50% 늘렸습니다. 그리고 중동, 유럽 지역 국제선 취항지를 17개 도시에서 23개로 확대했습니다. 탑승 수속 카운터도 96개에서 144개로 많아졌죠.

원래 일본 정부에선 1978년부터 도쿄 나리타공항을 국제선 전용으로, 하네다공항은 국내선 전용으로 역할 분담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이원화 정책은 실패했습니다. 나리타 공항이 국제적인 허브 공항으로 성장하기엔 한계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나리타공항에서 도쿄 도심까지 가려면 90분 넘게 걸리고, 환승 절차가 복잡했습니다. 그리고 나리타공항은 소음 문제 때문에 심야 이착륙은 금지돼 있습니다. 이용객들 사이에서 불평이 쏟아졌고, 결국 나리타공항은 인천공항과 홍콩 첵랍콕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에 허브공항 자리를 내줬습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으로 자국 항공시장의 부활을 꾀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이기고자 하는 대상으로 인천공항을 꼽고 있습니다.

항공산업은 한 국가의 기간산업이자 규제산업임과 동시에 국경을 넘은 글로벌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는 딜레마를 갖고 있는 분야입니다.

일본도 ‘탈(脫) 갈라파고스’를 선언한 가운데 아시아 항공업계에서 한국이 어떻게 활약할지 주목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