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호 메리츠화재 사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은근 슬쩍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15일 서울 한 호텔에서 남 사장은 기자들과 첫 대면을 가졌습니다.
지난달 정식으로 사장 자리에 오른 이후 지방 영업현장과 인도네시아 현지 사무소 출장 등으로 서울에 있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남 사장은 요즘 어디 계시니?”라는 우스갯소리가 많이 돌 정도였거든요.
그런 와중에 이날 간담회가 마련된 것이지요. 별다른 간담회 자료도 없이 편하게 마련됐지만 기자들의 질문이 꽤 많았습니다. 여느 보험사의 간담회와 사뭇 다른 분위기였죠.
역시 최대 관심은 LIG손해보험 인수전이었습니다. 메리츠화재는 LIG손해보험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 전부터 인수 1순위 후보자로 꼽혔습니다. 상품, 인력, 시장점유율 등을 감안할 때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보험업계 안팎의 분석 때문이었죠.
실제 메리츠화재도 내부적으로 상당히 오래, 심도 깊게 LIG손해보험 인수를 고민했습니다. 결과적으론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요. 이 얘기가 나오자 남 사장의 진심이 답변에 속속 묻어 나왔습니다. “시장점유율보다 내실로 승부를 보겠다”는 게 대표적이네요.
메리츠화재에 대한 솔직한 얘기들도 털털하게 꺼내놓네요. 메리츠화재는 여러 사안에 대한 경험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게 단점이라고 하네요. 그러면서 “하지만 한 두 번 같이 일을 해보니 의외로 잠재력이 뛰어나더라고요. 잘 이끌어주고 서로 공유하면 성과가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금방 애정을 표합니다.
“아직 업무에 적응하느라 임직원들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노동조합위원장에게 앞으로 경영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말했다는 얘기도 하더라고요. 노조도 경영의 한 축 인 만큼 같은 방향을 보면서 소통하고 싶다는 진심을 드러냈습니다.
임직원들이 귀를 쫑긋 세울 만한 말도 했습니다. 남 사장은 임직원들의 ‘칼퇴근’을 보장해주고 싶다네요. 다만 조건이 붙어 있네요. 아침 출근 시간은 좀 빨리 해달랍니다. 아침에 일찍 출근하면 나름 효용성과 장점이 많다는 게 남 사장의 지론이네요.
남 사장은 너무 일찍 출근하면 임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할까봐 일부러 아침 7시30분에서 8시 사이에 사무실에 나온다고 합니다.
취임하자마자 후임 사장에 대한 고민을 했다는 점도 기억에 남습니다.
단순히 임원 간 경쟁을 시키기보다는 알고 있는 모든 경영, 영업 전략을 전수해 능력있는 후임을 키우고 싶다고 하네요. 투박하지만 솔직한 남 사장의 첫 간담회에서 한 가정을 챙기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 건 저 뿐일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