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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3M '여성팀장 1호' 신용숙 실장의 26년 직장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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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윤 한경 잡앤스토리 기자) 한국3M 결혼여성 1호, 출산여성 1호, 1호 여성팀장…


1988년에 한국3M에 입사해 3M에서만 26년 직장생활을 한 신용숙 한국3M 전사전략마케팅실장(Senior Manager)의 이력이다.


하지만 화려한 이력 뒤엔 아픈 추억도 많다. “1999년 프로젝터팀장을 맡게 되었어요. 그때 셋째를 낳았고 둘째는 아토피가 너무 심해 몸에서 진물이 줄줄 나오기도 했을 때였죠. 시어머님은 회사 그만두고 아이 키우라고 종용하죠.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 시기를 견뎠기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지 않나 싶어요."

8일 서울시립대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주관 외국계 기업 취업정보를 전해주는 ‘혁신캠프’. 온 신 실장은 여성으로서 26년 직장생활을 한 시간 동안 담담하게 들려줬다.

◆암참 기업명부 보고 원서 냈더니…

“1988년 졸업하고 보니 여성이 갈 회사는 없었어요. 당시 여성이 입사할 수 있는 회사는 외국계 은행, 학교 선생님, 공무원이 다 였죠.”

84학번인 신 실장은 졸업 후 친구가 건네준 암참 기업 명부를 복사해 멋모르고 당시 이름 있는 미국계 회사 몇 군데에 원서를 냈다. 그런데 3M에서 면접을 보고 그만 덜컥 합격하게 된다. 이후 26년의 3M 생활… 아이 셋 낳고 영업부 일하는 것은 당시로선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주위 동료와 가족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겁니다."

그녀의 첫 임무는 인사부 비서였다. “함께 입사한 동기는 "대학 나와서 이런 일을 해야 하냐"며 투덜투덜 했지만 저는 이렇게 좋은 직장에 입사한 것에 너무 감사해 불평 불만 없이 그냥 열심히 일했어요."

신 실장은 힘든 만큼 지나고 보니 사람도 얻고 인정도 받은 것 같다고 회고했다.

“나는 이 일도 저 일도 마음에 안들고… 불평보다는 현재 주어진 일이 기회다고 생각하세요. 기회는 분명히 옵니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야 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과 포기하고 싶더라도 이겨내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결과가 크게 다릅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그녀가 직원을 뽑을 때 보는 것은 학력, 어학, 학점이 아닌 일에 대한 열정과 태도다. “스펙이 출중해도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팀플레이를 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열정지수(Passion Index)가 높은 사람을 뽑으려고 합니다."

◆자신의 핵심 경쟁력을 일과 연결시켜라

그녀는 너무 공부에만 매몰되지 말 것도 조언했다. “10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우리 인생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42.195km 마라톤이에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취미생활의 끈을 놓지 말고 친구관계를 잘 하세요. 특히 나이가 들면 건강이 뒷받침 안되면 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어요. 이런 것을 잘 관리해야 멀고 길게 갈 수 있습니다."

조금 빨리가고 늦게 가는 것은 중요치 않다며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실장은 자신의 관심있는 분야를 가능하면 일찍 정할 것을 당부했다.

“제 아들은 3M팬이에요. 페이스북에 코멘트 남기고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자주 문의하죠. 저보다 우리 회사를 더 잘 알 정도입니다. 관심 있는 회사가 있으면 자신의 열정을 계속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녀는 지원할 회사의 연혁과 회사의 비전, 브랜드, 상품, 서비스 등이 나와 맞는지를 미리 분석하여 자신의 미래 회사를 정하라고 했다.

신 실장은 자신만의 핵심 경쟁력이 뭘까를 대학생 때 준비하라고 말했다. 핵심 경쟁력이 일과 연결된다면 성공적인 직장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한국 3M의 신학철 부회장은 지금도 매일 새벽 2시간씩 영어공부를 할 정도로 자기계발을 한다”면서 “핵심 경쟁력은 꾸준한 노력으로 더 단련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의 특강 후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 한국3M의 규모는?

“1977년에 설립됐다. 직원은 1700여명, 매출은 지난해 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수세미, 포스트잇 등 소비재만 알려졌지만 사실 소비재는 전체 매출의 10%밖에 안된다. 한국3M이 글로벌 3M 조직의 톱5 안에 들 정도다. 동탄연구소에 연구개발인력만 200명이다. 로컬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지금 3M 물건은 6만가지나 된다."

- 영어구사 능력은 어느 정도 돼야 하나?

“한국3M은 빠다보다 된장 냄새가 더 많이 난다. 미국 회사지만 한국3M에는 미국인이 없다. 하지만, 서류-전화 등 커뮤니케이션은 영어가 기본이다. 최근엔 APEC 시장이 커져 홍콩, 싱가포르로 파견이 많다. 토익 700~800점에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할 줄 알면 된다."

- 평가는 어떻게 하나?

“사사는 매년 부하직원들의 리더십 트레이닝 평가를 한다. 성과와 협업능력이 주된 요소다. 현재에 충실하다 보니 지금 이 자리에 왔는데 사람들이 그런다. ‘사장해야지’라고. 주말엔 박사과정 공부하는데, 사장 하고싶어 공부하는 게 아니라 맡겨진 일을 더 잘 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 실패 경험은 없나?

“3M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다. 너무 용인해서 문제일 때도 있다. 프로젝터팀장 때다. 당시 우리나라 초등학교에 OHP로 쫙 깔아서 엄청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프로젝터로 다 바뀌더라. 우린 그 기술이 없었다. 팀장 5년 동안 평생 경험할 지옥을 다 경험했다. 맨땅에 헤딩이었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목표 매출액을 메꾸고 싶을 정도였다."

- 연봉은 얼마나 되는가?

“대기업들이 워낙 많이 줘서 요즘엔 비슷해졌다. 하지만 시간당 페이는 월드베스트다."

- 채용은?

“요즘은 전공보다 다양한 경험을 중시한다. 채용 땐 팀장의 니즈를 잘 파악해야 한다. 팀장이 원하는 스펙이 있다. 면접 앞두고 선배나 인사팀에 적극 문의하면 알려주기도 한다."

- 영업은 무엇을 하나?

“마케터는 제품개발, 기획에서 프로모션까지 다 한다. 그래서 우린 마케팅을 ‘잡케팅’이라 부른다. 처음엔 황당하고 당황할 수 있지만 이런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딱이다."

- 올해 공채 계획은?

“외국사는 실적에 민감하다. 올해는 긴축 모드다. 상반기엔 공채 없을 것 같다. 한국3M은 인력재배치가 화두다. 그러나, 경기가 좋아지면 확 많이 뽑기도 한다."

- 함께 일하고 싶은 후배는?

“사고 좀 치고 다녔으면 한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고민을 안한다. 담당자가 제일 잘 안다.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4가지를 내놓고 '어떤 것을 할까요?' 묻는다. 책임을 나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본인이 제일 잘 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당신 생각을 듣고 싶은 것이다. 윗사람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시각이다. 아무도 안해본 것을 시도해 보는 사람."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