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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무인기'에 호들갑 떠는 대한민국, 선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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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훈 정치부 기자) 무인기 사태에서 정확한 검증이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좁게는 무인기가 제대로 된 정찰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다. 조선일보가 공개한 무인기에서 찍은 사진이 구글 맵의 4분의 1 해상도에 불과하다는 게 밝혀지면서 이 점은 일부 해소됐다.

남은 두 가지는 ‘무인기가 실제 자폭 능력 등 공격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지’, ‘앞으로 군이 방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일’ 등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설사 공격기로 활용된다 치더라도 겨우 2~3㎏ 정도의 TNT를 실어서 갈 수 있는데, 그 정도 자폭 기능 가지고 큰 위해는 끼칠 수 없다”고 말했다. 2~3kg의 TNT를 싣고 울진 원전에 박히더라도 ‘기스’도 안 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 군이 탐지 및 격추 능력을 갖추는 일도 사실상 의미 없게 된다. 이 경우 북한 무인기 방비책은 실제적인 군사적 위협과는 무관하게 정부와 언론이 부풀려 놓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심리적 차원에서 다뤄질 문제가 된다.

이 시점에서 되짚어 봐야 하는 것은 ‘무인기 정국’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이다. 정부와 군 당국이 ‘무인기 정국’을 부추겼을 가능성은? 국정원의 증거조작 논란, 새정치민주연합 출범 등 이슈를 덮는 효과는 어느 정도 있었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6·4 지방선거가 코앞에 둔 상황에서 ‘무인기 사태’는 안보 이슈를 제기하면서 집권 여당에 어느 정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주 무인기 발견 당시 조선일보가 청와대가 찍힌 무인기 사진을 입수한 것도 언론사와의 교감이 없었다면 힘든 일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인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당시 “조선일보에 청와대 사진을 제공한 게 누구고 어떤 결제라인인지 지금 즉시 밝혀라. 국가 안보 관련 기밀을 유출한 건 국가보안법 위반”이란 글을 트위터에 남기기도 했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8일 사석에서 기자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국방부가 청와대로부터 무인기 정국을 좀더 끌고 가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의 고민이 많을 것"이란 요지다.

김 대변인의 최근 발언에도 미묘한 변화가 읽힌다.

최초 백령도 무인기 발견 당시 김 대변인은 ‘북한 추정 무인기가 공격 기능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발견 기체 자체로는 그 수준까지는 안되고 개조 개발을 거치면 가능하다”고 에둘러 일부 언론에서의 ‘무인기 위협설’에 동조했다. 그러나 8일 브리핑에서는 “개조되더라도 큰 위해는 끼칠 수 없다”고 말했다.


태도가 바뀐 시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무인기 관련 군 책임론을 언급한 지난 7일 이후다. 8일자 조간들은 김장수(국가안보실장)-남재준(국정원장)-김관진(국방장관) 등 대통령 안보라인에 대한 ‘문책론’을 일제히 내보냈다. 일부 매체는 수도방위사령관 등 책임이 있는 군 지휘관에 대한 직접 처벌을 거론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발견된 파주 무인기에 대해 일부에서 당국의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지만, 초기 조사를 경찰과 국정원 등 정보당국이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방부의 책임이라고만 말하기엔 과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 발언 이후 확실히 과오가 국방부로 넘어온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 가운데 국방부는 8일 국산 무인기 송골매의 훈련 모습을 공개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조직도 마찬가지겠지만 국방부도 수장의 책임론을 없애기 위해선 의혹과 불안 해소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그런데 이 시점에서 국산 무인기의 성능을 보여주는 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이 시점에서 국방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북한 추정 무인기의 공격(자폭) 능력이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무인기 정국이 더이상 지속되는 것은 청와대에게도 부담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박 대통령이 국정 지지율을 61%가 넘는다. 이를 떠받친 것은 북한 리스크를 잘 관리했다는 안보와 외교분야에서의 좋은 평가였다. 따라서 지지율 상승의 ‘공신’ 격인 안보 참모들이 흔들리면 대통령 지지율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단 얘기다.

다른 국방부 관계자가 “대통령이 안보라인 경질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유다.(끝)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