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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총선이 한 달 넘게 걸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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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기 국제부 기자) 인도가 7일부터 한 달 넘게 선거 정국에 휩쌓이게 됩니다. 36일간 이어지는 총선때문입니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면, 투표는 하루만에 끝나는 게 상식입니다. 태국 등 몇몇 국가에서는 아예 헌법으로 투표 기간을 하루로 못박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투표라는 정치적 의사표시가 수일동안 이어질 경우 발생하는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 사정이 다릅니다. 일단 유권자수가 8억1400만명에 달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습니다. 게다가 국토면적은 남한의 33배, 서유럽 전체와 맞먹고 공용어만 21개에 달합니다. 힌두와 히슬람 등 다양한 종교와 수천년간 이어진 카스트라는 신분제, 10명중 2명꼴로 문자를 읽지 못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문맹률 등 당일 투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연방직할시 7곳과 28개 주로 이뤄진 전국을 9개 지역으로 나누서 각자 다른 날짜에 투표를 하지 않을 경우 선거관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1구간은 4월 7일, 2구간은 4월9일 이런 식입니다. 마지막 9구간의 투표날짜는 5월12일입니다. 최종 투표결과는 5월16일 공표되고 다수당이 내각을 꾸리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합니다.

이번 선거는 2009년에 이어 5년 만에 치뤄집니다. 인도의 하원의원(Lok Sabha) 543명을 뽑기 위한 선거입니다. 연방정부의 행정실권을 갖는 총리는 다수당이 추천권을 갖고,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인도 총선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인도가 중국, 브라질과 더불어 브릭스(BRICS)를 대표하는 신흥국이기도 하지만 지상 최대의 민주선거라는 이벤트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인도의 총선을 지구촌 최대의 민주주의 시험대라고 합니다.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도 5년전에 비해 1억명 가량 늘었습니다. 2009년 당시 투표권이 없던 18세 미만 인구가 이번에 대거 유권자 대열에 합류한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한 달 넘게 8억명이 넘는 유권자의 투표가 이어지는 선거에서 보통, 비밀, 직접,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4대 선거원칙이 지켜질까요? 인도라는 거대 국가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라는 민주주의의 가치가 실현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깜빡했는데, 각 지역별 투표 기간은 하루입니다. 모든 선거가 끝날 때까지 투표를 한 지역의 투표결과는 공개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적어도 민주선거를 위한 나름의 안전장치는 두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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