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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에 중국인 CEO 한 명도 없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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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국제부 기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2월 인도 출신 사트야 나델라를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을 때 중국인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글로벌 기업 CEO에) 인도 사람은 있는데, 우리는 없느냐."

펩시코의 인드라 누이, 도이체방크의 안슈 자인, 마스터카드의 아자이 방가. 이들은 모두 인도 출신의 글로벌 기업 수장입니다. 10억명이 넘는 인구 규모와 높은 경제성장률로 늘 비교되는 인도와 중국이지만 ‘인재 수출 성적’만 보면 인도가 압승인 셈입니다.

포천 500대 기업에 있는 CEO의 국적은 영국(7명), 미국(6명), 프랑스(6명), 호주(5명), 독일(4명), 벨기에 브라질 인도(이상 3명) 스위스(2명)입니다. 중국은 0명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요. 단순히 중국 사람들이 인도 사람들보다 영어를 못해서일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 이미 기회가 널려있는 데다 CEO의 보수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중국에서 임원급의 연봉은 이미 13만1000달러로 일본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인도 평균은 3만5000달러에 불과하니 4배나 높은 수준입니다. HR컨설팅업체 에이온휴잇이 IT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중국 내 급여는 미국 평균보다 5분의 1 정도 낮은 수준입니다.

중국에서는 승진도 빠릅니다. 중국에서 인턴 직원이 CEO까지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5년. 중국 밖에서는 25년이 걸리니 10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WSJ은 중국엔 올해 730만명의 대학 졸업예정자가 있고, 이처럼 넘쳐나는데도 최고 수준의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초고속 승진 문화’가 생겼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인재를 유출하기보다 한번 뽑은 똘망똘망한 인재를 고위직에 앉힌 후 계속 머무르게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죠. 더 큰 물에서 일하고 싶어 미국 기업으로 갔다가 중국으로 유턴하는 인재도 많다고 합니다. IBM의 찰스 우는 “중국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뒤쳐지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용한다”며 “어차피 나가봐야 외국 기업이 눈독 들이는 건 중국 시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더 빨리 승진하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중국 청년들도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대형 소비재 업체에서 일하는 에이미 양은 “중국에만 머물렀다면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혁신을 선도할 만한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며 “경력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말했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2(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