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서울시장 예비후보 '박심(朴心)' 쟁탈전...최후승자는?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은정진 정치부 기자)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인 정몽준 의원이 하루밤 사이에 ‘낙동강 오리알’신세가 됐네요. 친박계 원로로 알려진 최병렬 새누리당 상임고문을 경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위촉하려던 일이 하룻밤 사이에 ‘없던 일’이 됐습니다. 당사자인 최 고문이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적이 없다”며 캠프 참여를 극구 부인했기 때문입니다.

밤새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정치권이 확인할 수 없는 온갖 ‘설(說)’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정 의원이 최 고문을 여러차례 만난 것은 양측이 확인해준 ‘팩트’입니다. 정 의원이 선대위원장을 부탁한 것도 ‘팩트’입니다. 하지만, 최 고문이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는 부문에선 양측 주장이 엇갈립니다. 그렇다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는데도 정 의원이 최 고문의 위촉사실을 보도자료로 냈을까요?

그럴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입니다. 양측 반응을 되짚어 가면서 반추해보면 거물 정치인들의 ‘미스 커뮤니케이션’을 어느 정도는 유추할 수 있습니다.

정 의원은 몇차례 만남에서 거듭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최 고문측 주장과는 달리 정황상 ‘분명한 반대의사’는 표시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 의원은 최 대표가 고개를 끄덕 거렸거나, 혹은 숙고하는 듯한 태도를 ‘암묵적 동의’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최 고문 영입을 기정사실화 했다면 7선 정 의원이 입을 타격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죠.

또, “예스”라고 수락을 한 후 정치권에 떠도는 루머처럼 친박이나 청와대의 만류로 선대위원장을 한나절만에 맡지 않겠다고 했다면 서울시장, 당대표 등을 지낸 최 고문에 대한 너무 가혹한 ‘디스(dis)’가 됩니다.

일부에선 건강상의 이유로 가족과 지인들이 최 고문을 적극 만류했다는 말도 흘러 나옵니다. 어찌됐건 이번 최 고문 영입 해프닝을 통해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향한 구애경쟁의 승자는 하룻만에 정 의원에서 김 전 총리로 바뀌게 됐습니다.

‘3일간 파업’을 마치고 돌아온 김황식 전 총리는 같은 날 뜻밖의 수확을 거뒀습니다.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알려진 이정현 홍보수석의 직계 1급 비서관인 최형두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사의를 밝히고 김황식 캠프에 합류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정몽준 의원을 최종 낙점하지 않았다는 확실한 신호가 아니겠냐는 반응입니다. ‘박심’은 이미 김 전 총리에게 기울었다는 말도 흘러나옵니다. 새정치연합 측도 “청와대와 새누리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뜨지 않는 ‘정치 아마추어’ 김 전 총리를 이번엔 (청와대가) 직접 ‘코치’하겠다는 노골적인 경선개입 의도”라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문종 공천관리위원장은 3일 “일부에서 당심과 박심이 특정후보에게 전달되고 있다는데 당심은 중립이고,‘박심’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원조 박심 인물로부터 퇴짜 통보받고 경쟁자인 김 총리가 본격적으로 박심의 수혜를 받는 상황에서 정몽준 의원이 또 다시 다른 친박계 인물에게 구애의 메시지를 보낼지는 미지수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