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LG유플러스 기자간담회가 열린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2층.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새로 출시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대해 설명하던 LG유플러스 임원들 사이에서 잠시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습니다. 기자간담회가 열리는 동안 SK텔레콤이 똑같은 요금제를 출시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기 때문입니다.
LG유플러스 간담회가 시작된 것은 오전 11시, SK텔레콤 보도자료가 메일함에 들어온 것은 오전 11시30분. 30분 간격으로 같은 요금제를 내놓은 겁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경쟁사가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하면 어떡하겠느냐”는 어느 기자 질문에 “따라오면 좋습니다! 우리는 ‘팔로우 미’(자사 광고 문구) 아닙니까”라고 호기롭게 대답하던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10분 전 SK텔레콤이 실제로 (유사한 요금제 출시 내용을 담은) 자료를 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또 다른 기자 질문에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잠시 후 표정을 가다듬은 이 부회장은 “그렇게 빨리 따라올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실제로 영업을 재개하니 그것에 대한 우려가 있지 않았나 한다”며 입을 열었습니다.
보조금 경쟁 과열로 45일간의 순차적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통신 3사는 돌아가며 한 통신사씩 단독 영업을 하고, 나머지 두 회사는 ‘쉬고’ 있습니다. 오는 5일부터는 LG유플러스가 영업을 재개합니다. 이 부회장은 “대국적으로는 같이 하는 편이 보조금이 줄고 요금이 떨어질 것”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퀄리티(품질)와 고객 응대에서 우리 진가가 나올 것”이라고 견제 심리를 드러냈습니다.
이 부회장은 비교적 점잖게 말을 맺었지만 이어 답변에 나선 SC(서비스 크리에이션)본부장을 맡고 있는 최주식 부사장은 목소리를 높여 SK텔레콤을 비난했습니다. 그는 “3개월 전부터 새 요금제를 연구·검토해서 신고했는데 이렇게까지 아무 반응이 없다가 지금 보도자료 낸다는 것은 상도의가 아닌 것 같다”며 “통신사업계 큰형 역할을 해야 하는데 3위 사업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요금제를, CEO가 기자간담회 하는 중에 내놓는 것은 큰형이 취할 행동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 부사장은 기자들에게 “NTT도코모가 그러냐? 버라이즌이 그러냐?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 그렇지 않은가?”라고 되물으며 “곧 영업정지 되는 마당에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LG유플러스는 이날 경쟁사가 요금제 베끼기에 나선 것을 강도높게 비난하는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한 통신사에서 새로운 요금제가 출시되면 같은 날 비슷한 요금제를 따라 출시하는 행태를 꼬집고 상품 아이디어를 보호할 필요성을 제기한 자료입니다.
통신업계에서는 실제로 한날한시에 같은 상품이 출시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KT도 이날 오후 4시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내놔 결국 2일 하루 동안 통신 3사가 유사한 요금제를 출시한 셈이 됐습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홍보팀은 “뭘 모르는 얘기”라고 일축했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 1월 T전화 출시 간담회 자리에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며 “우리도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다”고 반박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