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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부총리도 '교수공제회 사기'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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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섭 경제부 기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28일 1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재산을 공개했습니다. 정부 부처 장관급 공직자 중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 이는 45억8000만원의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입니다. 그 뒤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41억8000만원)이 차지했습니다.

제가 기재부를 출입하다 보니 현 부총리의 재산 내역에 우선 관심이 가더군요.

현 부총리는 국무위원 가운데 최고 ‘집부자’입니다. 현 부총리는 본인 명의의 서울 반포동 반포아파트 140.33㎡(이하 전용면적)와 배우자 명의의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 파크뷰 182.23㎡를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평가액만 33억4000만원에 달합니다.

현 부총리는 반포아파트를 갖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이런 이름의 아파트는 없습니다. 알고 보니 반포주공1단지의 아파트인데 이를 잘못 적어냈다고 합니다.

반포주공1단지는 부촌(富村)인 서초구에서도 가장 비싼 아파트 가운데 하나입니다. 최근 조합 설립 인가를 받으면서 재건축이 가시화되고 있죠.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의 3.3㎡ 시세는 4700만원 정도라고 하네요. 현 부총리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분당구 정자동 파크뷰 역시 분당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가운데 하나입니다. 재테크를 잘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현 부총리의 예금 내역을 보니 이상한 점이 발견됩니다. 본인 명의로 600만원, 부인 명의로 770만원 정도를 전국교수공제회라는 곳에 맡겼는데요. 이 회사는 사실상 ‘폰지사기(새로 가입한 사람들의 투자금으로 기존 가입자들에게 주는 사기 수법)’ 업체였습니다. 금융감독원이나 교육부 허가를 받은 업체가 아닙니다. 정부에서 유사수신행위를 허가받거나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공제회가 아니라 단순한 주식회사라는 말입니다. 정식 허가를 받은 한국교직원공제회의 이름을 따온 것 같습니다.

이 회사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여행사를 운영해온 이창조 씨(62)가 ‘공제회’라는 이름만 붙여 교수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여온 회사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적금 형태로 매달 돈을 넣으면 퇴직 후 20%가 넘는 이자를 붙여 돌려주겠다’는 말로 전국에 있는 교수 5486명에게 6771억원을 끌어모았다고 합니다. 지나치게 높은 이자를 준다는 걸 의심할 만도 하지만 회사 설립 10여년 만에 전체 교수 규모(4만여명)의 10% 이상이 가입했습니다. 10억원 이상을 넣은 교수도 1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일부 교수들은 이름만 보고 국가가 공인한 업체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사기 주범인 이씨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13년 형이 확정돼 복역 중입니다. 피해 교수들은 이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만큼 곧 교수공제회의 남은 자산을 처분해 그 자금을 나눠가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 부총리는 2001년 세무대학장을 역임한 이후 연세대와 고려대 카이스트 등에서 강의를 했었는데요, 아마 이 시기에 교수공제회에 가입한 것 같습니다. 큰 돈을 예금한 것은 아니어서 문제는 없겠지만 경제학 박사 학위에 국내 최고 경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현 부총리도 전국교수공제회 사건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니 세상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7.06(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