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등 풍부한 지하자원과 3모작이 가능한 기후와 비옥한 토지, 베트남의 절반에 불과한 저임금, 인도차이나 물류 허브의 발돋움할 수 있는 지정학적 강점까지 완벽한 조건을 갖췄습니다. 그동안 군부 독재와 민주화 운동 탄압으로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아 서방의 자본이 침투하지 않은 미지의 땅이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다듬어지지 않은 옥석이죠. 실제 미얀마는 세계적인 옥(Jade)의 주산지로도 유명합니다.
2011년 민간정부가 들어선 뒤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미국과 EU(유럽연합), 일본의 자본이 아시아의 마지막 블루오션인 미얀마로 밀물듯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무상원조를 조건으로 미얀마 정부로부터 개발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러브콜입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몰리면서 미얀마 제1의 도시 양곤의 사무실은 부르는 게 값입니다. 외국인 전용 아파트(방 3칸짜리)의 월 임대료는 5000달러에 달합니다. 웬만한 호텔 방 값은 1박에 250달러가 넘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한 개발금융 전문가는 미얀마를 갓 대학에 입학한 여대생에 비유하더군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자본주의 열강들이 미얀마 정부와 미팅을 하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지만, 아직은 도도한 자존심을 맘껏 세우며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대학교 신입생이라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언제가는 베트남처럼 자본주의 편입의 대가로 한 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세계 열강의 속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담겨있습니다.
미얀마의 뜻은 현지어로 ‘빨리’를 뜻하는 미얀(Myan)과 ‘강하게 만든다’는 마(mar)의 합성어입니다. 미얀마가 성공적인 경제개혁을 이루면서 과거 인도차이나 반도의 패권국가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겠지만 자칫 다국적 기업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미얀마 양곤 도심 한 가운데는 60여 톤의 황금과 1만여 개의 다이아몬드와 루비로 장식된 100여m 높이의 불탑인 ‘쉐다곤 파고다’가 있습니다. 역사적 가치를 제외하고 금값만 따져도 30억 달러가 넘습니다. 미얀마의 지난해 말 기준 외환보유액 82억달러의 40%에 육박합니다. 미얀마 국민들은 4년에 한 번씩 보수가 이뤄지는 쉐다곤 파고다에 금을 기증하기위해 평생동안 돈을 모은다고 합니다.
미얀마 국민들은 이 황금불탑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