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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골퍼들 "우승해도 후원사 안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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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구 문화스포츠부 기자) 프로골퍼들에게 후원사란 일종의 자부심과도 같습니다. 어떤 후원사 로고를 모자에 달고 있느냐에 따라 그 선수의 격을 정해준다고 할 수 있지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LG, BC카드, 롯데마트, 한화, CJ, KB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정관장 등의 로고를 모자에 달고 있는 선수는 모든 선수들의 부러움을 받게 되지요.

큰 기업들은 이름만으로도 선수들에게 자긍심을 준다는 장점 뿐만 아니라 선수들 후원도 깔끔하게 잘해줘 만족도가 높습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나 스트레스도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최근 우승을 하고도 재계약을 하지 못한 선수들이 나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KB금융그룹의 후원을 받아온 양희영이 지난해 말 후원 계약을 연장하지 못했습니다. 연말에 스카이72GC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프로 데뷔 6년만에 꿈같은 첫승을 거둔 직후라 의외입니다. 당연히 재계약에 성공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양희영은 현재 용품회사인 타이틀리스트를 모자에 새기고 나와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신지애 선수도 지난해 초반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을 했으나 미래에셋금융과 계약이 종료됐습니다. 미국 투어를 접고 일본 투어에 전념키로 한 신지애는 새로운 후원사를 찾지 못하고 무적 상태로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우승을 하고도 계약을 못한 선수로 ‘최대의 희생양’은 유선영입니다.

유선영은 정관장 소속 선수이던 2012년에 미국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했습니다.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린 그녀는 그해말 정관장과 후원 계약이 종료됐으나 재계약에 실패했습니다. 정관장은 당시 유선영 대신 양수진을 영입했지요. ‘메이저 퀸’ 유선영은 지난해 소속사없이 선수로 뛰다가 올해 JDX와 계약을 맺어 마음 한 켠의 섭섭함을 달랬습니다.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도 왜 재계약을 하지 못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선수와 후원사간의 계약금액이 맞지 않았을 수도 있구요. 드러내지 못하는 불만감이 있을 수도 있구요. 그러나 대부분 이런 경우는 후원사들이 먼저 등을 돌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마디로 재계약을 하고 싶은 의사가 없다는 것이지요. 후원사들은 그 이유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로 일관합니다.

올해 국내 기업들이 골프 선수 후원에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양수진, 안신애 등 국내 유명 선수들이 후원사를 찾지 못한 채 시즌을 시작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후원사들이 선수들 몸값이 너무 폭등하니까 ‘담합’을 해서 계약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있다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했겠느냐’는 의견이 더 강하지만 선수들 몸값이 지나치게 오른 것은 사실입니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시드를 획득한 신인들이 후원사들에게 과도한 계약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외모까지 출중하면 몸값은 더욱 올라가겠지요. 선수들로서는 우승도 하고 충분히 몸값을 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후원사들이 이를 인정해주고 계약금을 올려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너무 욕심을 부리면 기업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계약금이 폭등하는 운좋은 시절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반대의 시절도 있다는 교훈을 올해의 스토브리그는 남겼습니다. /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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