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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 패션 배우는 남미 여자 정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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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국제부 기자) ‘미셸 오바마가 입은 트렌치 코트는 어디꺼지?'

여성 정치인의 패션은 늘 화제를 몰고 다닙니다. 공식석상에 나설 때마다 매체들은 앞다퉈 헤어 스타일과 옷의 색깔 등에 의미를 부여하곤 합니다. 힐러리 클린턴도 그랬고, 현재 영국과 미국 영부인도 마찬가지 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죠. 박 대통령이 들고 나온 지갑이 ‘완판’될 지경이었으니까요. 이들은 겉모습에 쏟아지는 관심이 달갑지만은 않을 겁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만약 내가 남자였다면, 누구도 내 머리모양에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으니까요.

예외도 있습니다. 바로 ‘여인 천하’가 한창인 남미 대륙입니다. 현재 남미 대륙에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까지 세 명의 여성 대통령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이들의 패션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입니다. 심지어 세 정상이 모였을 때조차 이들의 외모에 대해선 어느 매체도 언급하지 않았죠. 왜 그랬을까요?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남미 대륙 여성 정치인들만 유독 외모 평가에서 제외되는 것에 대해 두 가지 재미있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첫번째는 남미 대륙 특유의 문화입니다. 남미 대륙은 게바라-카스트로 혁명을 거치면서 ‘리더들은 자고로 검소하고 깔끔한 옷차림을 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퍼져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영부인이었다가 대통령이 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영부인 시절 여성스럽고 화려한 의상으로 유명했습니다.

정상들의 모임에도 꽃무늬 드레스에 에르메스 버킨백을 들고 나가는 등 사치스러운 모습으로 주목받았었죠. 남편이 세상을 떠난 2010년부터 그는 1년간 검정색 옷만 입었습니다. 이후 대통령자리에 오르면서 ‘부활’ 또는 ‘순수’의 상징인 흰색 옷만 즐겨 입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메르켈 학습효과’ 입니다. 혹시 집권 2기를 맞은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옷을 유심히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뚝심 있고 카리스마 넘치기로 유명한 메르켈 대통령의 옷은 흡사 군복을 연상시킬 정도로 단순합니다.

FT는 성공적인 여성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메르켈로부터 남미 정상들이 학습한 결과, 남미 정상들도 비슷한 옷을 즐기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자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여성 대통령들인 만큼 카리스마 넘치는 패션 코드가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죠. 메르켈의 패션은 버튼 세 개 짜리 정장 상의에 긴 바지, 무릎을 덮는 다소 긴 스커트가 전부입니다.

메르켈처럼 지루해보이는 똑같은 스타일을 고집하면 뜻밖의 수확도 있다고 합니다. 어쩌다 한번, (대선 출마 등) 중요한 순간이 왔을 때 조금만 변화를 줘도 대중들의 관심이 쏠린다는 겁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