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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통령' 이외수가 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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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익 문화부 기자)일명 ‘트통령(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는 작가 이외수 씨가 새 소설집《완전변태》를 내놓았습니다. 9년 만에 새 소설을 선보이는 건데요, 책은 10개의 중·단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씨를 만났습니다.

10개의 작품 중 제 눈을 잡아 끈 것은 ‘파로호’라는 소설이었습니다. 파로호는 6.25 전쟁 당시 중공군을 격파한 강원도 화천에 있는 호수입니다. ‘오랑캐를 무찌른(破虜) 호수(湖)’란 뜻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이름 붙였습니다. 한 신문사에서 일하는 주인공 김 기자는 화천에 있는 파로호로 낚시를 떠납니다. 그곳에서 낚시터 좌대를 관리하는 노인과 함께 하룻밤 동안 낚시를 합니다. 주인공이 기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노인은 독설을 퍼붓기 시작합니다.

“요즘 신문기사들은 제목에 뻑하면 충격, 경악 따위의 단어들을 첨가해서 미끼로 쓰지 않나. 얄팍한 술수로 독자들을 낚아보겠다는 속셈이지. 막상 기사를 읽어보면 충격의 건덕지나 경악의 건덕지가 전혀 없어도 습관적으로 그런 미끼를 쓴단 말일세. 독자들을 어떻게 속일까만 생각하고 무엇을 전달할까는 등한시한 결과지."

소설을 읽으면서 입맛이 참 썼습니다. 간담회에서 이외수 씨에게 이 소설을 쓴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답을 들었습니다.

“기사에서 문학성을 바랄 수는 없겠죠. 어쨌든 자신의 기사에 대해서 독자를 낚는다는 것보다는 진실과 사실을 전달하고 세상을 나아지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정신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거든요. 최근에 너무 본질과는 벗어난 그런 기사들을 보게 될 때 작가로서 좀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그것을 소설에 담게 됐습니다."

소설의 첫 줄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 친구는 물고기를 속이는 걸 낚시라고 생각하는구만.” 뒤집어보니 이렇게도 읽힙니다. “이 기자는 독자를 속이는 걸 기사라고 생각하는구만.

” 하지만 오늘도 진정성 있게 현장을 뛰는 기자가 많다고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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