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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주 파워…북한 걸그룹 '모란봉악단'의 화려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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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정치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인 이설주가 5개월만에 모란봉악단 공연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22일 핑크색 재킷에 자주색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고 김정은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사진이 공개됐는데요. 비스듬하게 의자에 기댄 자세로 여유롭게 공연을 즐기는 김정은과 달리 이설주는 앞에 놓인 음료수를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한껏 집중한 모습입니다. 모란봉악단의 결성을 주도하고 운영 전반에 관여하는 사람이 바로 그녀이기 때문이죠. 모란봉악단이 북한판 걸그룹이니, 이설주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 쯤으로 비유할 수 있겠네요.

은하수관현악단 출신 성악가인 이설주는 이 방면에서는 베테랑입니다. 작년 10월 이후 공연을 중단했던 모란봉악단이 장기간 공백에도 인기를 끈 데는 이설주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일요일이었던 지난 23일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모란봉악단 공연은 5000여명의 평양 시민들로 초만원을 이뤘다고 합니다. 공연은 앞으로 일주일 이상 진행하는데, 주민을 상대로 이처럼 대규모 공연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모란봉악단은 2012년 조직된 북한 예술집단입니다. 무대에 서는 단원은 모두 젊은 여성이고 노래를 하는 단원과 악기를 연주하는 단원으로 구성됐습니다. 김정은이 직접 악단 창설을 지시했고 여러차례 공연에 참석해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2012년 7월6일 평양에서 열린 창단 시범공연에서 단원들이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화려한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고 나오는 파격 행보로 화제가 됐습니다. ‘My Way’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주제곡 등 팝송도 불렀습니다. 안무와 연주도 그동안 북한 가요에 비해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다 작년 10월 당 창건 68주년 기념 공연 이후 모란봉악단은 돌연 공연을 중단했습니다. 은하수관현악단 단원 여러 명이 음란 동영상 촬영 등의 혐의로 총살된 사건이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일은 장성택의 숙청으로 연결돼 북한 사회에서 큰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모란봉악단이 올 초 활동을 재개한 것은 작년 장성택 숙청 사건 이후 북한 사회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모란봉악단은 이설주의 주도 아래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예전과 같은 자유분방함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악단이 부르는 노래들도 ‘자나깨나 원수님 생각’ 등 김정은을 찬양하고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김정은 체제를 선전하는 도구로 재정비한 모란봉악단에게서 앞으로 파격은 찾아보기 어려울 듯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