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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올빼미 회의'가 잦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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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정치부 기자)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은 23일 밤 서울 시내 모처에서 긴급 회동을 가졌습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 여성 우선추천지역을 어디로 할지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초 강남의 P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기자들의 문의가 이어지자 장소를 바꿔가면서까지 비밀리에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새누리당이 한밤 중에 은밀하게 회의를 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광역자치단체장 경선 방식을 정하기 위한 공천관리위원회의는 밤 9시에 시작해 다음 날 새벽 1~2시에 끝나기 일쑤였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야밤에 회의를 하는 것을 두고 “회의에서 지방선거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을 결정하면 그에 따른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대한 언론 노출을 피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렸습니다. 공천관리위원회의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렸지만 새벽에 끝나는 바람에 마감시간이 있는 조간신문들은 관련 기사를 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난 12일 밤부터 13일 새벽까지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의에서는 제주지사 후보를 100% 여론조사로 뽑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제주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던 우근민 현 지사가 반발했지만 이미 회의가 끝난 뒤라 손을 쓸 수 없었습니다. 우 지사는 당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할지, 제주지사 선거에 불출마할지를 고심 중입니다.

23일 최고위원회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날 밤 회의에서는 기초단체장 여성 공천지역으로 거론됐던 서울 강남구와 포항시를 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자기사람 심기’에 방해가 된다며 반발하자 공천관리위가 정한 사안을 최고위에서 부결시킨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 당내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한밤 중에 ‘몰래 회의’를 하면 당장의 반발은 피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도부가 비밀주의를 고수해 공천을 둘러싼 잡음을 키우고 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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