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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시계 놓고 ‘삼성-구글-LG’는 삼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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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파리의 IT 이야기) 요즘 구글과 삼성전자의 관계가 참으로 재밌습니다. 둘도 없는 파트너인 동시에 언젠가는 등을 돌릴 수도 있는 경쟁자이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삼성 덕분에 ‘안드로이드 맹주’가 됐고 삼성은 구글 덕분에 ‘안드로이드폰 최대 메이커’가 됐죠. 그런데 스마트폰에서 웨어러블 시대로 넘어가면서 관계가 복잡해졌습니다.

구글은 18일(미국시간)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웨어러블 기기용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웨어'를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각종 웨어러블 기기에 탑재할 OS로 일단 손목시계형 스마트워치에 적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LG와 모토로라가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한 스마트워치 컨셉을 발표했죠.

비유해서 말하면 구글이 꿈꾸는 ‘안드로이드 웨어 세상'을 만드는데 LG와 모토로라가 선봉장을 자임한 셈입니다.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대만 HTC가 선봉장을 맡았습니다. 구글은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자 ‘개방휴대폰연합(OHA)’를 결성하고 HTC와 함께 첫 안드로이드폰을 개발했죠. HTC는 구글에 개발자들을 대거 파견하기까지 했습니다.

구글은 이후에는 HTC 외에 모토로라와 삼성전자를 끌어들여 보이지 않게 경쟁을 시키는 방식으로 안드로이드를 키웠고 결국 애플 아이폰을 넘어서게 됐죠. 이 과정에 삼성은 가장 큰 몫을 차지하며 제1 장수가 됐습니다. 그랬던 삼성은 요즘 ‘타이젠'을 개발하는 등 ‘독립’까지 생각합니다. 구글과의 관계가 애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구글이 발표한 ‘안드로이드 웨어 진영'에는 LG 모토로라 HTC 외에 삼성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삼성은 타이젠을 개발하는 한편 구글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구글은 스마트워치 분야에서 LG와 모토로라를 선봉장으로 내세웠습니다. 레퍼런스 기기를 이들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겁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스마트워치는 음성인식이 기반입니다. “오케이 구글"이란 말과 함께 작동하는 ‘구글나우’가 기본입니다. 삼성이 만든 제품에서도 “오케이 구글", LG가 만든 제품에서도 “오케이 구글", 모토로라가 만든 제품에서도 “오케이 구글"...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분 좋을 리 없겠죠. 그래서 삼성은 틈만 나면 ‘독립'을 꿈꾸기도 합니다.

그러나 삼성의 ‘반란’은 쉽지 않습니다. 기기 메이커들과 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대거 동참해야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데, 기웃거리기만 하고 적극 참여하질 않습니다. 구글 눈치도 봐야 할 테고요. 그러니 삼성으로서는 대놓고 구글한테 대들기도 어려운 형국입니다. 안드로이드 제품으로 돈을 벌고 있으니 “우린 파트너”라고 말해야겠죠.

이런 상황이 LG한테는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LG는 구글과 스마트시계 레퍼런스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LG-구글 공동개발은 넥서스4, 넥서스5, LG G패드 8.3 구글플레이 에디션에 이어 네번째입니다. 모토로라는 구글 품에 안겼다가 다시 중국 레노버한테 팔렸으니 이제는 구글한테 귀여움 받기 위해 LG와 경쟁해야 합니다.

어떻습니까? 삼성은 갤럭시 기어2에 타이젠을 탑재하며 타이젠을 살려 보려고 애를 씁니다. 다른 한편으론 안드로이드 웨어 진영에 참여했고요. ‘양다리 걸치기’라고 할 수도 있겠죠. ‘안드로이드 웨어’가 잘 되면 그걸 탑재하고, 잘 안되면 타이젠을 띄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이 전략을 쓰려면 ‘표정 관리’도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광현 IT전문기자 (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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