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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과장급 융합인사 배경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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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형 경제부 기자) 국가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가 17일 과장급 정기 인사를 대규모로 단행했습니다. 재정부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윗선부터 순차적으로 인사를 실시하지만 올해는 예외였습니다. 국장(2급)이나 부이사관(3급) 승진 인사가 여의치 않자 일단 과장급 인사를 낸 것입니다.

인사 적체 속에서 과장급 인사 규모는 예년보다 컸습니다. 본부 과장급 116명 중 67명의 자리를 바꿨습니다. 과장급 직위 절반 이상(58%)을 교체한 것입니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한마디로 ‘인력 융합’입니다. 인사 대상 67명 중에 43명을 아예 다른 실·국으로 발령을 냈습니다. 한해 전 실·국간 전보가 17명에 불과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전보 인사입니다.

핵심 보직 간의 교차 인사가 상당하다는 게 눈에 띕니다. 경제정책을 기획·조정하는 경제정책국, 미래사회정책국, 정책조정국 등 정책 3국과 예산, 세제, 국제금융 등 3개 실국 중견 과장을 맞바꾼 ‘트레이드’ 대상이 29명에 이릅니다. 한해 전에 이 같은 트레이드는 단 1명에 불과했습니다.

융합 인사는 ‘폴리시 믹스’(policy mix)의 연장선으로 풀이됩니다. 창조경제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에서 정책도 재정이든 금융이든 융합돼야 한다는 점이 자주 강조됐습니다. 현오석 부총리 겸 재정부 장관도 항상 하는 말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명박 정부 초기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쳐 출범했습니다. 예산이나 세제, 정책, 국제금융 등 핵심 보직은 전문성 강화라는 명분 아래 교차 인사가 거의 없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존재해 왔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수면 위로 불거진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재정부는 올해부터 이 칸막이를 깨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전문성이란 이유로 한 실·국에서 장기간 머물면서 칸막이를 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재정부 내 협업이 필요하다는 게 재정부의 판단입니다.

앞으로 인사 원칙도 새로 세웠습니다. 추경호 재정부 1차관은 “앞으로 주무과장(총괄과장)은 다른 실·국 과장 경력을 가진 인재를 우대하겠다”며 “현재 차석 과장한테는 적용하긴 어렵겠지만 2~3년 후부터는 타 실·국 경력을 가진 사람에 한해 주무과장으로 승진 시킬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평가는 대체로 나쁘지 않습니다. 관료가 전문성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갖출수록 균형감 있는 정책을 밀어부칠 수 있고 재정부 내 협업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입니다.

하지만 인사 적체로 인한 임시방편이 아닌가 하는 얘기도 나옵니다. 앞으로 과장급이 부이사관 승진을 하려면 여타 실·국 경험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죠. 재정부는 국장 보직으로 가는 길목에 해당하는 부이사관 승진 인사가 18개월째 한 건도 없었던 상황에서 시간을 벌기 위한 인사 정책이란 지적입니다. 이번 과장급 인사 대상 67명 중에 승진한 인물은 단 2명 뿐입니다.

재정부가 이번 인사에서 또 한가지 중점을 둔 것은 여성 중견관리자의 약진입니다. 기재부 최초 여성과장인 김경희 조세분석과장(37회)은 주요 보직인 소득세제과장으로, 지난해 예산실 최초 여성과장으로 임명된 장문선 예산관리과장(39회)은 문화예산과장으로 각각 중용했습니다.

과장급인 미래사회전략팀장에는 장윤정(43회) 서기관을 발탁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현 과장급은 행시 35회에서 40회 사이인데 장 팀장은 수많은 선배들을 제치고 승진한 것입니다. 장 팀장은 여성 일자리, 보육 등을 통한 고용률 70% 정책을 추진하게 됩니다.

그런데 공교롭게 여성 과장급 모두 이번 인사의 핵심인 실·국간 교차 인사에서 제외됐다는 점이 걸립니다. 이들은 모두 기존 실·국에서 주요 보직으로 자리를 옮겼거나 승진했습니다.

재정부는 이번 인사의 특징을 여성 과장급의 ‘전진 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실·국으로 옮겨간 과장급들은 거꾸로 ‘후진 배치’된 것처럼 느끼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인사 적체 속에 사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져 하는 말입니다. / u2@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7.0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