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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쌓인 공공기관 수수료, '입법'으로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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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정치부 기자) 주식을 거래할 때나 공항을 이용할 때 공공기관에 내는 수수료의 산정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이들 수수료는 각각 한국거래소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거둬가는데, 산정 세부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외부에서는 무슨 근거로 수수료를 매기는지 알 수 없습니다.

공공기관 수수료를 매기는 원칙은 기획재정부 고시에 정의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고시에는 ‘수수료 산정 시 행정서비스의 공급에 소요되는 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한다’는 정도의 원칙만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공공기관이 마음대로 수수료 체계를 결정할 수 있게 방치하고 있던 셈입니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이 과다한 수수료를 거둬 이를 임직원의 과도한 복리후생 혜택을 제공하는 데 쓰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공공기관 위탁·독점 수수료 체계 평가’ 보고서를 보면 “공공기관 수수료의 적정성을 주기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경우 과다한 수수료 수익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기관의 과다한 복리후생 제도 등을 만드는 원인을 제공한다”고 돼 있습니다.

위탁·독점 사업을 하는 27개 공공기관이 한 해 동안 거둬들이는 수수료 규모는 2조8770억원(2012년 기준)입니다. 한국거래소는 2012년 증권거래 수수료로 2566억원을 거둬들였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같은 해 3031억원의 운항수수료와 2754억원의 여객수수료를 각각 받았습니다다. 예산정책처는 “공공기관은 수수료 수익이 과도하게 증가해도 수수료를 인하할 유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수요 및 공급환경이 변했음에도 과거 수수료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최근 국회에 공공기관 수수료 산정기준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공공기관이 독점·위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거둬가는 수수료가 적정한 수준인지 주무부처 장관이 정기적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내용의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박명재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입니다. 해당 법안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하여금 각 부처의 수수료 평가 내용을 매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주무부처가 공공기관의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할 경우 이 법을 근거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법안이 발의됐다고 해서 당장 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거쳐 본회의 표결까지 해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공공기관 수수료 체계에 대해 얼마만큼의 관심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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