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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줄기세포 회사의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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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성 증권부 기자) 6일 장 시작 후 한때 상한가를 친 코스닥 상장사 네이처셀(관리종목)에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이 회사의 옛 이름은 알앤엘삼미, 지난해 상장폐지된 케이스템셀(옛 알앤엘바이오)의 관계사입니다. 케이스템셀은 지난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무허가 줄기세포 치료제를 배양해 중국 일본 등 해외로 가져가 시술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라정찬 전 회장이 만든 회사입니다.

라 전 회장은 지난해 주가조작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됐는데, 이번에 뒤늦게 또 다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입니다. 본지가 지난해 1월12일 A6면에 처음으로 지적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은 케이스템셀 경영진이 바뀌었습니다.

네이처셀의 반짝 상한가는 오늘 조간에 실린 한 줄기세포 관련 기사가 원인으로 보입니다. 한 일간지는 서울 보라매병원 연구진이 퇴행성 관절염을 줄기세포 주사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처음으로 확인해 세계적인 학술지 ‘스템셀’에 실었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이 치료제는 케이스템셀이 개발해왔던 ‘조인트스템’으로 추정됩니다.

보라매병원은 케이스템셀과 함께 이 치료제에 대한 임상을 진행해 왔습니다. 네이처셀은 조인트스템 판권을 지난해 말 넘겨받았습니다. 네이처셀 상한가의 이유가 대강 짐작이 되시겠지요.

음료수캔 제조업체인 네이처셀은 원래 케이스템셀과 관련이 없었는데, 라 전 회장이 예전에 지분을 취득하면서 관계사로 편입돼 건강기능식품 등을 만들어왔습니다. 라 전 회장은 지난해 초 케이스템셀 주가가 급락하는 와중에도 네이처셀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케이스템셀 주주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잘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조인트스템은 1상/2a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입니다. 연구개발을 통해 약품을 개발하면 1상(안전성 확인)→2a상(소규모 환자 대상 대략적 효능·용법 확인)→2b상(소규모 환자 대상 정확한 효능·용법 확인)→3상(많은 피험자 대상 정확한 효능 확인)을 거쳐야만 식약처 허가를 받아 제품을 출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희귀의약품 등으로 지정되면 이 단계를 예외적으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2012년 하반기, 라 전 회장을 서울 한 대학교에서 만났을 때 그는 외부 기관이 수여하는 혁신경영자상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는 조인트스템이 곧 식약처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해외 모 국가에서는 국빈 대접을 받는다고도 하면서 조인트스템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말과 달리 조인트스템은 아직도 1상/2a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와중에서 효과를 입증한 논문이 세계적인 학술지에 실렸다니, 그의 유물이 뒤늦게 인정받은 것인지 반갑습니다.

조인트스템의 효과가 진정한 연구성과이기를, 또 행여 회사측의 ‘언론플레이’가 아니길 바랍니다. 케이스템셀은 조인트스템 외에도 수많은 줄기세포 치료제의 효능을 언론에 알리면서 해외수출 성과를 자랑해 왔지만, 실제로 제품 공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해당 연구성과 보도에는 다른 바이오회사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을 노골적으로 명시하면서 우월한 효능을 앞세운 모습도 보입니다. 하지만 카티스템은 정식 임상을 거쳐 식약처 허가를 받아 나온 제품이고, 조인트스템은 임상을 마치지 못한 제품입니다.

만약 이번에 실린 논문대로 조인트스템의 탁월한 성과를 몰라봤다면, 그 과오는 식약처가 져야 한다고 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9.21(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