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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오디션 효과 인사'를 중용하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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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증권부 기자)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차 관문 때 잘 했던 친구들이 나중에 왜 떨어지는 지 아십니까?"

지난주 한 고위 공무원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혁신 3년 계획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즉답 대신 이렇게 반문을 하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아마 김건모 노래를 1000번쯤 연습한 친구가 오디션에 나오면 실제 가수보다도 잘 부를 겁니다. 그렇게 1차 때 좋은 점수를 받겠죠. 하지만 ‘내공’이 없는 사람은 2차, 3차에서 새로운 과제를 받으면 여지없이 탈락하고 맙니다."

뜬금없이 오디션 얘기를 꺼내든 게 어리둥절했지만 곧 이은 그의 말에 ‘아하’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렇게 1차 관문만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것을 제 마음대로 ‘오디션 효과’라고 이름 지었는데요, 박 대통령의 인사방식도 이런 오디션 효과의 폐해를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수십 번 연습하면 한 번쯤은 대통령 앞에서 멋진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겠죠. 그럼 박 대통령의 ‘수첩’에 이름이 올라가고 그렇게 등용이 되는 식인데, 이런 사람들이 새 정책을 맡으면 허둥지둥 하게 되는 겁니다."

그의 말은 농담처럼 들리지만 실은 3개년 계획안을 진두지휘한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이걸 손질하느라 언론 브리핑도 막은 김기춘 비서실장 및 청와대 경제팀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입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기획재정부는 50일만에 66쪽짜리 경제혁신 3년 계획안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다 ‘재탕’ 계획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청와대에서는 담화문 발표 직전까지도 이를 수정·보완하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고 합니다. 결국 46쪽으로 쪼그라든 3년 계획안이 나왔지만 이를 놓고도 부처간 설왕설래하는 모습이 여전합니다.

실제 오디션이라면 새로운 과제에서 허둥지둥한 참가자는 여지없이 탈락할 겁니다.

심사위원 한 명이 아니라 전문가 여러 사람의 판단이 작용하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오디션 효과의 함정에 빠진 대통령의 인사는 실제 오디션보다도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