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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전문가가 왜 중국 MBA 두 번 다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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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국제부 기자) 언제부턴가 중국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중심 축이 됐습니다. 세계 경제의 미래를 논할 때도, 비즈니스 계획을 세울 때도 중국은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제대로 아는 전문가는 정말 드물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최근 만난 한 국내 중국경제 전문가도 이런 주장을 펼쳤습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센터 소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전 소장의 약력을 간략히 알려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입니다.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마지막으로 증권업계를 떠났습니다. 이후 중국 전문가로 변신했죠. 지금은 경희대 경영전문대학(MBA)에서 중국 자본시장에 대한 강의하고 있습니다.

전 소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자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중국경제 위기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습니다. 그의 생각은 서방언론이 제기하는 중국경제 위기론은 상당 부분 과장됐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중국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중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겪은 일화 하나를 들려줬습니다.

전 소장은 리서치센터장을 그만둔 이후 베이징에 있는 칭화대학에서 MBA 과정을 다녔습니다. 이후 ‘칭화대 MBA’라는 타이틀은 그가 중국에서 인맥을 넓히는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기업인 학자들 중 상당수는 “저도 칭화대 MBA 출신입니다”라고 얘기하면 180도 태도가 달라져서 그를 환대해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중국 자본시장을 밀착 연구하기 위해 상하이로 건너갔을 땐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됐습니다. 상하이에서 만난 전문가들 대다수는 그가 “칭화대 MBA에서 공부했습니다”라고 애기를 하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그 이후 전 소장은 중국 현지인 중 한 명과 막역한 사이가 됐다고 합니다. 그를 알고 지낸지 6개월 정도 됐을 무렵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그가 대뜸 “전형, 상하이에서 성공하고 싶소?”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전 소장이 “당연하죠”라고 대답하자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럼 내가 친구로서 충고 한 마디만 해도 되겠소?”라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전 소장 입장에선 친한 친구의 충고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게 뭐요?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주시요”라고 응수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충고는 정말 뜻밖의 내용이었습니다. “전형, 상하이에서 뭐라도 하고 싶으면 제발 북경 사투리 좀 쓰지 마시요”라는 게 그 친구의 진심어린 충고였습니다. 이 얘기를 듣는 순간 전 소장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그 친구가 이런 충고를 한 이유는 이랬습니다. 중국에서 베이징과 상하이는 라이벌 관계에 있습니다. 베이징은 정치권력을, 상하이는 경제권력을 각각 쥐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관계라고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베이징에 있는 칭화대 MBA를 나왔고, 베이징 사람 특유의 ‘얼화’가 가미된 중국어를 구사하는 전 소장을 상하이 본토 사람들이 환대했을리 만무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상하이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 중에서 칭화대나 베이징대 출신은 그야말로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대신 상하이 푸단대 출신들이 모든 경제권력을 쥐고 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 소장은 푸단대 MBA 과정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전 소장이 굳이 이런 자신의 개인사를 처음 만난 기자에게 털어 놓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중국은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나라 입니다. 한국처럼 작은 나라에서도 지역감정 또는 지역적 특색이 강한데, 중국은 오죽하겠냐는 것입니다. 크게는 중국의 북방 사람들과 남방 사람들은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또 양쯔강을 경계로 북쪽인 베이징 사람들과 남쪽에 있는 상하이 사람들도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따라서 중국 내에는 ‘수없이 많은 중국’이 존재한다는 것이 전 소장의 생각입니다.

이런 지역적 차이를 모르고 그냥 ‘중국 사람들은 이렇다’ 또는 ‘중국의 문화는 이런것이다’ 이런 생각만 가지고서 중국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백전백패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 소장의 지론이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중국에 대해 공부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인것 같습니다.

/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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