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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라이온즈 우승반지 끼고 사상 최악의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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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형 증권부 기자) 프로야구 구단도 수익을 추구하는 주식회사라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프로야구 구단도 하나의 기업체와 다름 없습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뛰어난 야구선수를 스카우트하면서 팀 진용을 갖추고 괌이나 오키나와에서 동계 전지 훈련을 펴는 것은 기업의 투자와 다름 없습니다. 시즌 성적을 높여 관객들을 야구장에 몰려들게 할수록 수익이 늘겠죠.

상식적으로 시즌 성적이 좋으면 프로야구 구단 실적도 좋아집니다. 류현진 선수가 뛰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LA다저스는 지난해 아깝게 우승을 놓쳤지만 관중을 몰고 다니면서 ‘돈방석’에 앉았죠.

그런데 국내 프로야구 구단을 보면 시즌 성적과 구단 실적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작년 가을 손에 땀을 쥐게 한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생각나시죠. 벼랑 끝에 몰린 삼성 라이온즈가 먼저 3승(1패)를 내주고 남은 3경기를 모두 잡아내는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던 게 아직도 생생합니다. 사상 첫 통합 3연패를 달성하는 쾌거를 거뒀습니다. 개인적으로 삼성 라이온즈 팬은 아니지만 ‘사자의 저력’에 놀랐었죠.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는 점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주식회사 삼성라이온즈는 지난해 매출 430억원으로 한해 전보다 20% 쪼그라들었습니다. 영업손실은 124억원, 순손실은 121억원이나 냈습니다.

정규 시리즈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흠 잡을 데 없는 실적을 냈는데 어찌된 일일까요? 연봉 탓은 아닙니다. 삼성라이온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프로야구 선수들 연봉은 46억원으로 한해 전보다 겨우 3억원 늘었습니다. 비용이 늘어나 실적이 악화된 것은 아닙니다. 선수들 연봉을 포함한 판관비(판매비 및 관리비)는 작년 103억원으로 11억원 증가했을 뿐입니다. 매출 원가로 잡히는 선수단운영비는 280억원으로 오히려 4억원 줄었습니다.

원인은 쪼그라든 광고비에 있었습니다. 삼성라이온즈의 수입원은 크게 입장수입, 광고수입, 사업수입, 임대수입, 이적료수입 등 5개로 구분됩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광고수입입니다. 지난해 광고수입은 190억원으로 한해 전 289억원에서 99억원(34%) 삭감됐습니다. 삼성 주력 계열사들이 삼성라이온즈에 내는 광고를 대폭 줄인 결과입니다. 삼성전자가 광고비를 2012년 90억원에서 2013년 54억원으로, 삼성생명은 53억원에서 38억원, 삼성화재는 40억원에서 24억원으로 각각 줄였습니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은 메이저리그와 수입 구조가 획일화돼 있습니다. 광고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광고수입 대부분을 모기업 계열사에 의존하는 게 현실입니다. 삼성라이온즈의 입장수익은 지난해 75억원으로 광고수익의 40%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러다보니 시즌 성적이 좋더라도 모기업의 광고 지원이 줄면 실적이 고꾸라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삼성라이온즈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다른 구단의 사정도 엇비슷합니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은 그룹사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나 제품 광고를 위해 운영하는 측면이 다분합니다. 회사 형태는 어엿한 주식회사이지만 수익을 추구하는 주식회사로 보기엔 아직 무리가 따릅니다.

실적 악화에 빠진 프로야구 구단들은 2014년 시즌을 앞두고 자금 마련에 여념이 없습니다. 삼성라이온즈는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동 레포츠센터를 삼성생명에 501억원을 받고 팔기로 했습니다. 이 중에서 지난해 150억원을 선수금으로 받아 작년 손실을 메꿨습니다.

지난해 가을 잔치에 파란을 일으키며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두산베어스는 1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합니다. 100% 지분을 보유한 두산이 100억원을 더 태우기로 한 것이죠. 두산베어스는 매년 2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왔는데 내달말 두산건설한테서 2군 야구장을 397억원에 사기 위해 증자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재 기업에서 중장비 기업으로 변신한 두산그룹으로선 ‘큰 맘’ 먹고 투자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프로야구 선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런데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는 136명으로 전체의 28%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절반 가까운 233명은 5000만원도 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은 5억3000만원이랍니다. 국내 최저 연봉 2400만원의 22배입니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 실적도 시즌 성적과 정비례한다면 메이저리그와 연봉 격차는 줄어들고 야구 수준도 높아지지 않을까요? 봄 시즌 개막을 간절히 기다리는 프로야구 팬의 심정으로 하는 말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