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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금속 케이스를 채택하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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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산업부 기자) 삼성이 25일 공개한 ‘갤럭시S5’의 뒷 커버는 또 플라스틱입니다. 독특한 펀칭 패턴을 적용하고 차콜 블랙, 쉬머리 화이트, 일렉트릭 블루, 쿠퍼 골드 등 총 4가지 색상을 갖췄지만 소비자들이 원한 금속 소재가 아닙니다.

디자인을 총괄하는 장동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주요 명품 숍에 가 보면 이런 디자인이 요즘 트렌드”라고 했다지만, 소재가 금속이 아니라는 데서 시장에서는 실망이 큽니다. 미국 포브스는 ‘갤럭시S5가 놓친 다섯 가지’라는 기사를 통해 메탈 소재의 일체형 디자인이 적용되지 않은 점이 가장 실망스럽다고 지적할 정도입니다.

사실 금속 소재를 쓴 스마트폰 뒷 커버가 나온 게 1년도 넘었습니다. 대만 HTC가 내놓았고, 애플도 아이폰5부터 금속 커버를 쓰고 있습니다. 중국 화웨이의 리처드 유 최고경영자(CEO)가 작년 초 “갤럭시 스마트폰에 쓰인 플라스틱은 싸구려”라고 독설을 하기도 했었죠.

삼성은 왜 스마트폰 커버로 금속을 쓰지 않는 걸까요?

너무나 궁금해 삼성 고위 관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답을 듣고 보니 생각보다 수긍이 가더라구요.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를 커버하는 LTE 지원이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LTE는 크게 주파수 채널에 시간 차를 두고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전송하는 TDD(시분할) 방식과, 서로 다른 주파수 대역에서 데이터를 보내고 받는 FDD(주파수분할) 방식으로 구분됩니다. TDD는 중국·인도 등 인구 대국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FDD는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등에 많습니다. 게다가 주파수 대역도 다 틀립니다.

그런데 금속 커버를 쓰면 어떤 특정 방식의 LTE에서 전파를 잘 잡지 못한다는 겁니다. 특정 지역을 타깃으로 한 모델이라면 모르겠지만, 전세계에 수천만대를 팔아야하는 갤럭시S 시리즈는 그래서 금속 커버 채택이 힘들다는 얘기였습니다.

두번째는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갤럭시S 시리즈는 초기에는 한 달에 천만대 이상 찍어내서 전세계에 뿌려야하는 데 금속 소재를 쓰면 불량율도 높고, 생산하는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얘깁니다.

실제 애플이 아이폰5를 내놓았을 때 처음 두세달 간 물량이 안나와서 전세계 통신사들이 발이 동동 구른 적이 있습니다. 생산할 때 알루미늄 케이스에 흠집이 많이 나서, 불량율이 높아졌기 때문이었죠. 하청조립회사인 폭스콘의 테리 고 회장은 “시장의 수요는 엄청나고 우리는 애플의 요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죠.

어쨌든 너무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 모델이어서, 금속 케이스를 쓸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네요.

/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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