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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의 신' ‘면접의 달인'으로 불렸던 직장인 4인 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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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윤 한경 잡앤스토리 기자) 썼다 하면 서류전형 통과…합격률 90%대의 ‘자소서의 신’ 허권범 현대중공업 대리, 취업 시즌에 번 면접비만 100만원에 달하는 ‘면접의 달인’ 김국현 LG전자 과장, 경쟁률 840대1을 뚫고 외국계 기업에 입사한 ‘취업의 대가’ 조현수 JTI코리아 매니저, 지원한 유통업체 7곳 모두 합격한 ‘유통의 여제’ 고영민 롯데백화점 사원.

남들은 한 차례 서류전형 통과도 어려운데 과연 뭐가 다르길래… 스펙이 특별히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남과 다른 한 가지'를 지녔을 뿐이었다. 취업 시즌을 앞두고 ‘취업의 달인' 4명을 만났다. 이들 중 3명은 입사 7년차 대리·과장급이고 1명은 이제 입사한지 한 달이 된 신입사원이었다. 이들은 두 시간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취업 무용담을 쏟아놓았다. 이들이 들려준 자소서·면접 합격비결을 소개한다.



비법1. 차별화로 승부 ‘자소서에 시를 입혔더니 합격률 100%'

“믿음을 주는 인상이세요.” JTI코리아 조현수 채용 매니저는 김국현 LG전자 과장을 보자마자 채용담당자다운 첫 마디를 건넸다. 김 과장은 “좋은 인상도 자소서를 통과 못하면 쓸모 없죠”라며 2006년 현대중공업 입사원서 첫 탈락의 충격을 꺼냈다. 김 과장은 거짓은 아니지만 남과 차별화된 자소서를 어떻게 쓸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생각했던 것이 ‘자소서를 문학적으로 써 보자’였어요. 예를 들면 ‘내가 숲을 보고자 해도 나침반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문구로 내가 가진 글로벌 사업 의지를 회사가 이끌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반영했지요. 또한 ‘짝사랑은 언제나 뒷 모습을 본다’라는 문구로 짝사랑하는 회사에서 채용해 준다면 좋은 연인이 될 것 같다는 의미를 담는 식이었어요.” 이런 문학적 자소서는 인담이 만나보고 싶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후 썼던 자소서는 모두 합격했어요. 심지어 학과 친구들에게 이 방법을 알려줬더니 다 통과 되더군요. ㅋㅋㅋ"

조 매니저는 “그런 자소서를 쓴 지원자라면 한 번 보고 싶겠네요”라고 장단을 맞췄다.

이쯤 되자 자소서 작성에 대한 팁도 나왔다. 조 매니저가 “인담으로서 솔직히 말하면 1500자가 넘는 자소서는 읽기 힘들어요. 이땐 핵심 키워드를 잘 뽑아야 합니다”고 말했다. 그러자 CJ 자소서 통과 100% 승률을 자랑하는 허권범 현대중공업 대리는 “CJ는 6개 자소서 항목이 있는데 핵심 제목을 달 때 인재상(정직,열정,창의)을 하나씩 넣어주면 좋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는 “제목은 자극적인데 궁금해서 보면 해답은 문장 끝에 오는 경우가 많다”며 자소서 작성할 때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롯데백화점 신입사원 고영민 씨는 자소서 첨삭의 주의점을 언급했다. 그는 “대학 취업 스터디 모임에서 자소서 첨삭을 받다 보면 어느새 ‘나‘는 없고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어 있더라구요. 첨삭은 평균점은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면접장에서는 승산이 없어요”라며 “자기 색깔이 담긴 나만의 자소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후배들 자소서 첨삭을 해 주다 놀랐다는 허 대리는 “문장 하나에 300자를 쓴 자소서를 봤다”며 “문장은 짧게 쓰고 조사는 가능한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소서 70곳에 합격한 허 대리는 지원동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소서 문항 중 대부분은 지원자의 개인에 관한 것이지만 지원동기는 유일하게 회사에 대해 아는 것을 묻는 항목입니다. 나머지는 복사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지원동기를 자신있게 쓰지 못한다면 그 회사에는 지원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그는 유명인이 말한 명언을 적절히 활용한 것도 합격비결이었다고 덧붙였다. "저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그렉 메덕스)가 말한 '내 야구에 대한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를 잘 활용했어요. 가령 ‘내 야구에 대한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제 입사 열정은 수치로 표현할 수 없지만, 제 성실성은 성적증명서에 4.00으로 정확히 찍혀 있습니다'처럼 썼어요."

비법 2. 입사동기의 확립 '자신의 적성과 산업·직무 궁합 보라'

지원동기 이야기가 나오자 이야기는 자연스레 취업을 앞두고 직업선택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논의로 넘어갔다. 고 씨는 “자소서 한 장 쓰는데 이틀이 걸렸어요. 이렇게 해선 승산이 없을 것 같았죠. 심지어 학교 선배들에게 자소서 50장 안쓴다고 혼났다니까요”라며 “이때 관심있고 자신있는 곳이 아니면 승산이 없음을 깨달았죠”라고 털어놨다. 자소서 작성 때부터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매년 수백장의 자소서를 본다는 조 매니저는 “그땐 몰랐는데 지나고 나니 입사 전 자신의 적성 그리고 지원하고 싶은 산업과 직무 분석이 정말 중요한 것 같더라”며 “묻지마 지원은 시간낭비요 100전 100패”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을 고집하여 멘붕되고 자신감 잃고 방황하면 자신만 손해”라며 “‘중소기업이면 어때’라는 생각을 가질 때 자유롭게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 매니저는 포스코건설에서 JTI로 옮기자 부모님이 친구들에게 자신에 대해 말씀도 안하시더라며 당시의 아픈 상처를 꺼내기도 했다. ‘바꿀 수 없는 학벌에 더이상 위축되지 말라’는 조언도 나왔다. 조 매니저는 “일부 대기업은 학벌을 중시하지 않는다”면서 “학벌에 집착하지 않을 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벌로만 뽑는다면 서울대 출신은 실업자가 없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비법 3. 당당함과 진솔함…'면접은 함께 일할 사람을 뽑는 것'

잠시 휴식 후 면접 이야기가 이어졌다. 조용했던 김 과장이 입을 먼저 열었다. “면접 때 항상 당당하고 진솔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 합격의 비결이었습니다. 지나치게 나를 치장하거나 면접관의 비위를 맞추려 답변을 하기보다 진솔되게 말했을 때 합격률이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자신을 팔려고 하지 말고 자신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야 합니다.” 김 과장은 이런 당당함은 평소 지원회사의 인재상,재무제표 등을 보면서 준비할 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활 팀플(팀프로젝트)할 때 똑똑하고 말 잘하는 사람보다 성실하고 묵묵히 책임감 있게 과제를 수행하는 후배와 함께 일하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며 면접도 이와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면접관도 학벌 좋고 똑똑한 사람보다는 믿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다.

고 씨도 자신감은 경험에서 나온다며 맞장구를 쳤다. “대학 때 수없이 많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제가 서비스업에 맞는 사람임을 알았어요. 40분간 역량면접을 보는데 일하다 느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구요."

면접 중 모르는 질문이 나왔을 때 대처법도 고수들은 남달랐다. 수십 곳에 면접 볼 기회를 얻은 허 대리는 경청을 강조했다. “면접장에서 다른 지원자는 질문에 어떻게 답변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저는 ‘여기 아니면 다른 곳 가지’ 하는 생각으로 그들이 무슨 대답을 하나 지켜봤어요. 그런데, 면접관들은 저의 이 모습을 다른이의 말에 경청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이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김 과장은 좀더 세밀한 비법을 공개했다. “면접 질문은 크게 창의적인 문제해결력, 가치관, 업무지식을 묻는 3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모르는 업무지식 질문에는 솔직히 ‘덕분에 오늘 제가 몰랐던 한 가지를 배웁니다, 집에 가서 찾아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면 훌륭한 대답이 됩니다. 하지만 가치관에 대한 질문은 맞고 틀리냐 보다는 회사의 이념과 일치하느냐가 판단기준이기에 평소 회사의 가치관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창의력과 관련해서는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글이나 본인의 경험을 빗대어 이야기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외교학과 출신의 조 매니저도 위기를 넘긴 사례를 공개했다. “면접 때 10가지가 모두 제가 모르는 행정학 관련 질문이 나왔어요. 마지막 1분 발언 때 그랬죠. ‘정치외교학 질문이었으면 석사급으로 대답했을 텐데 행정학 질문을 하셔서 대답을 못했던 것 같다’라고요. 결국 전 정답을 말하지 못했지만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허 대리도 제약회사 면접 때를 떠올리며 “옆자리 연구개발 전문 질문에 ’솔직히 모른다‘고 답했는데 합격했다고 통지하더다”며 솔직함이 가장 큰 무기라고 했다.

비법 4. 면접은 준비…“대기실에서 1년치 기사 파일 봤다니…"

최근 많은 기업들이 시도하는 영어면접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김 과장은 지레 겁먹지 말고 자신이 아는 영어를 최대한 열심히 말하라고 강조했다. “LG 영어면접 중 단어 50개를 놓고 6개를 골라서 그것으로 문장을 만들어 보라는 거예요. 첫 단어가 ‘Enemy(적)’ ‘Fear(두려움)’, 마지막이 ‘Strawberry(딸기)’였죠. 정말 말도 안되게 열심히 문장을 만들었더니 면접관이 ‘단어가 운이 없었네요’라고 위로해 주더군요."

외국계 기업의 조 매니저도 “우리나라 사람은 영어로 밥 사먹을 정도는 되는데 처음부터 포기하는 게 문제”라며 “절대 어려운 거 안물어보니까 쫄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문기사를 영어로 요약하라는 질문을 받았다는 고 씨는 “함께 들어간 지원자 중엔 아는 영어단어를 막 나열하기만 했던 열심히 한 사람이 있었다”면서 “글로벌 인재는 스킬보다 마인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면접대기실 얘기도 나왔다. 840대1을 경쟁률을 뚫은 조 매니저는 면접대기실에서 동료 지원자들의 기를 죽인 이야기를 꺼냈다. “1년치 화이자 기사 파일을 들고 열심히 봤어요. 당연히 옆자리 지원자들이 모두 제가 될 것 같다고 말해 주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서 면접에 임했던 같아요. 준비된 태도가 면접을 좌우하죠.” 하지만 고 씨는 고스펙자들에게 기죽지 말라고 조언했다. “면접장에 갔는데 학벌이 장난이 아닌 거예요. 순간 야~ 이들과 내가 같은 선상에서 면접을 본다고 생각하니 제 자신이 기특하더라구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죠."

조 매니저는 지원자를 기억나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언급했다. “인터뷰 후에 면접관에게 ‘저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 제게 피드백을 부탁드립니다’고 정중히 말했던 기억이 나요. 이런 질문을 했을 때 면접관이 저를 다시 보게 된 것 같아요."

고 씨는 압박면접에 대한 대처법도 알려줬다. “지원자 3명이 들어갔는데 경제상식 문제를 내고 아는 사람 손들라는 거예요. 저는 순간 이건 알고 모르고 보다 지원자의 대처법을 보는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무조건 손을 들어서 제가 아는 것을 모두 이야기 했어요. 결국 면접을 통과했죠.” 고 씨는 면접 땐 ‘우리 롯데는…’처럼 지원회사 앞에 ‘우리’라는 말을 넣어 말하면 친근감을 줄 것 같다고 팁을 얘기했다. 또 경쟁사를 언급해야 할 땐 실제 이름을 밝히기보단 ‘타 회사에서 인턴 할 때’라고 적절히 말을 돌리면 궁금해 하는 면접관이 자소서를 찾으면서 한번 더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 당부의 말 '취준생 때 생각해 감사하면 직장생활이 행복할 것'

직장생활 7~8년차 선배들은 입사가 다는 아니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김 과장은 입사 후엔 모두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펙도 좋은데 입사 후 주목을 못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엔 별로였는데 차츰 주목받는 사람이 있어요. 입사 후엔 모두가 다 같은 스타트라인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합니다. 소통이 안되면 점차 고립되거든요.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대하시면 분명 성공할 겁니다.” 그는 요즘 입사자들은 뭔가 조급증이 있는것 같다며 기다릴 줄 아는 미덕을 갖추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했다.

허 대리는 첫 합격의 기쁨을 생각하면 재밌는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친구와 비교해서 월급이 적다고 불평하면 손해에요. 오히려 취준생일 때를 생각해서 회사 오니 밥도 주고 공부할 기회도 주고 사람 만날 기회도 주네 하면서 감사하고 기뻐하면 일도 재미있고 승진도 잘될 것 같아요.” 조 매니저도 맞장구 쳤다. “수백대1 뚫고 왔더니 기껏 도장 찍는 일 시키냐며 불평하면 성장이 없어요. 무협지를 보세요. 처음부터 무공을 가르쳐 주나. 복사하고 도장찍는 일 잘하는 친구가 다른 일을 맡겨도 잘하더라구요. 자신이 가진 것이 최고라고 여기면 거기에 행복이 자랍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를 최고로 여기고 대하면 자신도 어느새 쑥쑥 올라갈 겁니다."

선배들의 이 말에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고 씨는 “오늘 너무 귀한 인생의 지침을 얻었다”며 앞으로 자주 만날 것을 약속했다. 허 대리는 취업 후 자신의 취업 비법을 담은 책을 T스토어에 올렸다. 많이 팔렸냐는 물음에 그는 "매일 750원(1권 구매)씩 들어온다"며 웃었다. 다음은 취업 방담에 응한 4인의 프로필.

▶LG전자 김국현 경영심사팀 과장 : 1981년생. 중앙대 경영학과 졸업. 서류합격률 90~100%. 한 시즌 면접비 100만원 수입.

▶현대중공업 허권범 홍보실 대리 : 1981년생. 한국외대 경영학과 졸업. 서류합격 기업만 70곳. T스토어에서 취업e북 발간.

▶JTI코리아 조현수 대리 : 1981년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840대1 경쟁률 뚫고 화이자 입사. 포스코건설 수석.

▶롯데백화점 고영민 사원 : 1988년생. 전북대 영어영문학 졸업. 국내 유통업체 7곳 지원 모두 합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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