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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부총리는 국장 대신 브리핑 하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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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훈 금융부 기자) “부총리께서 참석하신다고 하네요~.”

금융위원회가 최근 브리핑 일정을 조정하느라 바쁩니다. 당초 금융정책국장, 부위원장이 각각 브리핑하기로 했던 두 가지 대책과 관련된 기자회견이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하는 행사로 ‘격상’된 탓입니다.

하나는 지난 27일 발표된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대책’입니다. 금융위가 지난주말 기자들에게 배포한 이번주 ‘보도계획’에는 김용범 금융정책국장이 27일 오전 브리핑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전인 26일 오후에 장소와 참석 대상이 바뀌었다는 공지가 문자메시지로 날아왔습니다. ‘27일 오후 2시에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이 기자회견을 한다. 그에 앞서 오전 10시엔 금정국장이 사전 브리핑을 한다’는 게 요지였죠.

이 때문에 27일 열린 정식 브리핑에선 부총리와 금융위원장이 크게 다를 것도 없는 ‘모두발언’을 연달아 하는 장면도 연출됐습니다.

‘촉진대책’이란 말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기존의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조금씩 업그레이드한 내용을 굳이 부총리와 금융위원장, 금감원장까지 나서 언론 브리핑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이 무려 41분간이나 담화문을 읽으며 지난 25일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여파입니다.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대책을 대통령이 ‘친히’ 발표한 3개년 계획의 후속 대책으로 내놓기로 한 만큼 “현 부총리가 나서는 게 모양새가 좋다”는 판단이 어딘가에서 내려진 때문입니다.

청와대가 동원령을 내렸다는 얘기도 있고, 부총리가 직접 현안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기재부가 그렇게 방침을 정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대책 브리핑 일정 조정은 그나마 ‘양반’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다음주 오전부터 뉴스로 접하시게 될 ‘개인정보 보호 종합대책’이란 것도 있거든요. 이 ‘녀석’은 브리핑 일정이 세 번이나 바뀌면서 기자들을 피곤하게 하고 있네요.

처음엔 정찬우 부위원장이 28일 발표하기로 했었는데, 3월3일(월)로 바뀌었습니다. 이땐 날짜만 바뀌더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나온 뒤엔 부총리 미래창조과학부장관,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등이 모두 나오는 ‘대형 기자회견’으로 변경됐죠. 장소도 정부서울청사 본관으로 격상됐고요.

그 대신 금융위는 29일 오후 3시에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이 사전 브리핑을 하겠다고 했다가 이 마저도 본 브리핑(오전 8시40분)이 끝난 오전 10시에 ‘사후 브리핑’하는 것으로 최종 정리가 된 상태입니다.

‘개인정보보호 종합대책’ 역시 최악의 카드사 정보사태 직후 민심에 놀란 금융위 등 관계부처가 내놓았던 각종 대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 현 부총리가 직접 참석하겠다고 하니 금융위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

일정이 자꾸 바뀌니까 기자들 중엔 ‘아마 또 바뀔지도 몰라. 그때 가봐야 알지’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독자 여러분 좀 지루하셨죠. ‘기자회견 일정 조정이야 기자들이나 대책을 내놓는 정부나 관심 있는 사안이지 왜 장황하게 설명하는 거야’라고 하실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어요. 기자회견은 정부가 국민과 소통하는 중요한 통로인데요. 이런 기자회견 일정이 대통령 의중이나 부총리의 마음에 따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왔다갔다 하는 것은 ‘비정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부처 장관이나 공무원들은 청와대가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들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끝)

오늘의 신문 - 2025.03.1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