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기간의 정치테마주 급등락에 비하면 요즘은 안철수 테마주도 ‘그렇고 그런’ 움직임입니다. 대표주인 안랩은 작년 8월말 4만6000원대로 저점을 찍은 뒤, 지금은 5만7000원대에 걸쳐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의 행보가 임팩트가 있을 때 주가그래프가 산을 한 번 그리고, 이후 횡보하는 모습이 흡사 병실의 심장박동표시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업계에선 대표적 정치테마주 안랩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보안업계 티어4(4그룹) 정도에 속한 안랩의 기술 수준이 국내에서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안랩의 기업가치가 과연 주당 6만원 안팎에 걸칠 만한가 하는 의문입니다. 최고 17만원선에 육박했던 주가에 비하면 많이 떨어진 수준이지만 말이죠.
여기서 재밌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안랩 기업가치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 최근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확히 따지면 2011년 10월말 이후 2년 4개월간 안랩에 대한 리포트가 한 건도 없었습니다. 그 직전 1년간 리포트는 11건은 됐습니다. 적어도 분기실적이 나올 때 코멘트한 리포트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리포트였던 2011년 10월 26일자 대신증권 리포트 제목은 ‘대선 테마로 인한 주가 오버슈팅 상태’라고 돼 있습니다. 강록희 연구원은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안철수연구소의 현재 주가(8만5000원)는 펀드멘탈보다는 대선 테마 관련 내용이 반영되어 오버슈팅 상태로 판단된다. 현재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목표주가나 투자등급 제시는 무의미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펀드멘탈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한 주가 수준으로 복귀되기 전까지는 목표주가와 투자등급을 제시하지 않는다. 2011년 및 2012년 예상 EPS를 고려할 때 PER은 각각 130배, 36배 수준의 고평가 상태로 추정된다…"
애널리스트들은 그 이후 안랩 보고서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안랩은 5만원까지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설명 가능하지만 그 이상 수준에서는 분석의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안랩은 작년 매출 1373억원, 순이익 64억원을 냈습니다. 매출은 4.3% 늘었지만 순이익은 54.2% 줄었습니다. 안랩의 시가총액은 5700여억원으로 코스닥시장 시총 32위에 올라 있습니다.
이 정도 기업이 2년 넘도록 객관적 기업분석에서 외면받고, 일부 데이트레이더들의 HTS 창에서만 각광받은 겁니다. 정치테마주라 불리는 주식들의 왜곡된 모습이 씁쓸함을 느끼게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