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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푼돈 아끼려다 붙잡힌 계좌이체 사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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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람 지식사회부 기자) 최근 ‘대리기사 앱’ 사용료 명목으로 수 천명의 시중은행 계좌에서 고객의 동의 없이 예금이 무단으로 인출된 신종 사기사건이 벌어져 세간을 떠들석하게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검찰 수사로 범행을 주도한 유령회사 H소프트 대표 등 일당이 구속기소됐는데요. 이들은 금융결제원의 계좌이체서비스(CMS)가 고객 동의서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노려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넷 DB상으로부터 사들인 개인정보에 있는 6000여명의 시중은행 계좌에 대해 금융결제원 측에 일괄 출금 신청을 했고 이 중 1300여명의 계좌에서 실제 사용료가 결제됐던 거였죠.

대담해 보이는 신종 범죄였지만 수사 뒷얘기를 들어 보니 허술한 구석이 많았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유령업체를 만들고 새로운 범행 수법을 개발하고도 푼돈을 아끼려다 실패했다”고 전했습니다.

CMS 서비스에는 당일 이체 상품과 3일 뒤 이체되는 상품이 있는데 당일 이체 상품이 수수료가 더 비쌉니다. 계좌이체 서비스를 신청하려고 보니 당일 이체 수수료가 비싸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돈도 아낄 겸 범행 대상 계좌의 대부분에 대해 3일 후 이체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이 때문에 당일이체가 된 일부 계좌 고객들이 출금 문자를 받고 신고했고, 3일 뒤 들어올 돈을 기다리고 있던 이들을 수사기관이 덮친 겁니다. 검찰 관계자는 “전 계좌에 대해 당일 이체를 받고 잠적했다면 붙잡기 힘 들었을 것”이라며 “이들의 ‘원가절감 노력’이 수사할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어설픈 부분이 많았다고 합니다. 보통 금융 범죄자들이 대포 통장 등을 사용해 철저히 신분을 가리고 범죄를 저지르는 반면 이들은 본인 명의의 계좌를 사용해 추적이 쉬웠다고 하네요.

또 범죄자들이라면 전화기를 꺼놓거나 수사 기관의 연락에 불응하기 마련인데, 수사 기간 동안 당당히 검찰의 전화를 받아 위치추적도 무난히 이뤄졌다는 후문입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초범들이어서일까요, ‘첨단 범죄’를 저지른 이들 치고는 너무나 허술한 모습에 헛웃음이 나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5.01.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