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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한국노총 대의원대회에 참석한 고용노동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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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우 지식사회부 기자)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한국노총 정기 대의원대회에 참석했습니다. 정기 대의원대회는 산별·지역별·기업별 노조를 대표하는 600여명의 대의원들이 지난해 결산을 하고 올해 사업계획을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기업의 주주총회와 비슷합니다.

이날 대의원대회는 앞으로 3년간 한국노총을 이끌 김동만 신임 한국노총 위원장의 취임식을 겸하는 의미가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방 장관은 2009년 이영희 전 장관 이후 5년만에 고용부 장관으로선 처음으로 자리를 채웠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MB맨’들이었던 임태희, 박재완 전 장관이나 관료 출신인 이채필 전 장관은 모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방 장관의 이번 참석은 최근 방 장관이 김동만 위원장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본부를 찾았을 때 김 위원장이 제안하면서 성사됐습니다. 작년말 철도노조가 역대 최장기 파업을 벌일 때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공권력 투입에 반발해 ‘노정 대화’가 단절된 상태여서 정부로서도 대화 복구가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통상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조정 등 산적한 노사 현안을 타협하기 위해선 정부 뿐 아니라 노동계 및 경영계와 대화는 필수적입니다.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지난 21일부터 ‘노사정 소위’도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공식 대화 기구인 노사정위에는 한국노총이 불참하고 있지만 국회에 노·사·정이 만나는 자리가 마련돼 대화의 물꼬는 터진 셈입니다.

방 장관은 이날 축사에 앞서 ‘생상성 향상과 고용 창출을 뒷받침하는 노동시장 구축’,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확산’, ‘법과 원칙이 준수되는 공정한 노동시장’ 등 현 정부가 추진중인 노동 정책들을 원고에 담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선 최대한 노동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생산성 향상’이나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법’과 ‘원칙’ 등 자칫 민감하게 들릴 수 있는 단어들은 뺐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먼저 정성을 다하겠다”는 요지로 짧게 말했습니다.

방 장관은 27일에 한국경영자총협회 총회에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관례상 차관이 가는 자리지만 노사를 한 번이라도 더 만나겠다고 장관이 자진해서 나섰다고 합니다.

이처럼 고용부 장관이 동분서주하는 모습에서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전날인 25일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죠. 그런데 고용노동정책 부문에 당초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던 ‘노동시장 유연화’가 빠졌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보호는 강화하고 정규직 과보호는 완화해야 한다고 분석합니다. 그래야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고 기업도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발표된 정책은 비정규직 보호에만 집중돼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유진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담당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기업의 경영상 해고 자율성을 높이는 등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은 검토는 했지만 넣지 않았다.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은 매번 내놓을 때마다 분란만 커지고 진도는 안 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시장 개혁은 노사정이 여러 현안을 함께 놓고 일정 부분 서로 양보하는 ‘패키지 딜’로 가야 진전이 있을 수 있다.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지 일방적으로 정책을 내놓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한편으로는 ‘대타협’을 강조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철도파업 강경대응처럼 ‘법과 원칙’을 강조합니다. 개별 근로자에게는 정년 연장(지난해 4월 법 통과), 근로시간 단축, 고용률 70% 달성 목표 제시 등 상당히 시혜(施惠)적인 정책을 펴지만 철도노조나 전공노·전교조 등 불법 단체 행동에는 매우 엄정한 ‘투 트랙’ 전략을 펴는 것이죠. 노동시장 유연화도 비정규직 보호는 제도로 강화하되 정규직 유연성은 대화로 풀어가는 투 트랙을 쓰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날 김 위원장은 통상임금 지도지침 즉각 폐기, 5월1일 노동절 마라톤 대신 대규모 집회 개최 등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강공은 신임 위원장으로서 노조원들에게 ‘선명성’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는 것이 한국노총 내외의 분석입니다.

1998~1999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노사정위 출범을 이끌어냈던 박인상 전 한국노총 위원장도 이날 “노동계는 투쟁할 때 투쟁하고 협상할 때 협상할 줄 알아야 한다. 노조 조직률 10% 미만 상태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비정규직과 외국인 노동자 등 소외 계층을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실천했고 무슨 결과가 나왔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습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는 방 장관 외에 이희범 경총 회장,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 등도 참석했습니다.

정치권은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으레 그렇듯 ‘구애’를 폈습니다. 황 대표는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정비해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를 확대하겠다”고 했고, 김 대표는 “이명박 정부로부터 이어지는 노동탄압이 도를 넘고 있다”는 말로 박수를 이끌어냈습니다. /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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