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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악성 루머에 두번 우는 코오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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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영 산업부 기자) “언론사의 속보 경쟁은 이해하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기사를 내보내면 우리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습니다."

전화기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피곤함과 허탈함이 함께 묻어 났습니다. 기자와 통화한 사람은 코오롱그룹의 A 임원입니다. 그는 경북 경주의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천장이 무너져 10명이 사망한 사고가 난 지난 17일부터 1주일 넘게 현장에서 지원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코오롱은 사고 직후 임직원 200여명을 현장에 급파해 사고 수습과 유가족 보상 협상 등을 진행했습니다. A씨처럼 일부 임직원들은 아직 경주에 남아 있습니다.

A씨는 “떠도는 루머가 정확한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사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의 어깨에 힘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서운함을 토로했습니다. ‘사고 전에 보강공사를 의뢰받은 건설업자가 현장을 둘러보고는 시설이 너무 형편없어서 수주를 거부했다’, ‘건축비가 1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모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25일 “체육관 건축비는 4억3500여만원으로 조사됐으며 1억5000만원이라는 보도는 오보”라고 공식발표까지 했습니다.

코오롱은 사고 직후 이웅열 회장이 현장으로 내려가 사죄문을 발표하고, 사재를 출연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보상을 약속하는 등 신속하게 대책을 내놨습니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안전사고 가운데 가장 빠르게 대응해 위기관리를 잘 했다는 평가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사후관리와 안전수칙 준수 등에 미흡했던 코오롱측의 잘못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희생자 유가족을 위해 진심어린 사죄와 합당한 보상책을 내놓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비판 여론을 등에 업고 ‘카더라 통신’을 남발하는 일부 언론의 태도는 문제입니다. 사실에 근거한 지적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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