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제일약품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김형호 중소기업부 기자) 국내 제약업계에서 제일약품(대표 성석제)의 실적 충격파가 잔잔한 파문을 낳고 있습니다. 제일약품은 매출 4000억원대 중반 규모의 전문의약품 업체입니다. 회사 규모로는 전체 제약사 중 7~8위권을 달리는 상위 제약사입니다. 전문의약품만 다루다보니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최근 3년간 실적 변화가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2010년 매출 4313억원, 영업이익 411억원으로 상당히 양호한 실적을 올렸습니다. 2011년에도 매출은 다소 증가한 4628억원, 영업이익 30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2012년 매출 4268억원에 영업이익 63억원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매출 4520억원에 영업이익 14억원으로 이익률이 0.3%에 그쳤습니다. 순이익도 5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제약업계에는 정부의 약값일괄인하(2012년 4월)라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정부가 보험적용 대상 약값을 일괄적으로 14%를 낮춘 것입니다. 이 때문에 대다수 업체들이 고전했지만 유독 제일약품은 심한 편입니다. 2012년 실적악화에 시달렸던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종근당 보령제약 JW중외제약 등 국내 상위사들은 지난해 매출 뿐 아니라 이익 반등에도 성공했습니다.

제일약품이 극심한 실적부진은 다국적 제약사의 의약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매출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리피토’와 ‘리리카’는 다국적제약사 화이자 제품입니다. 또 다른 대형품목인 ‘란스톤 캡슐’은 일본 다케다, ‘크라비스’는 다이치산쿄 제품입니다. 자체 신약이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지난해 동아제약 ‘스틸렌’의 개량신약을 내놓긴 했는데 이 제품 개발사는 대원제약이 입니다. 제일약품은 컨소시엄형태로 자금투자를 해서 판권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자체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일종의 ‘천수답 방식’의 매출구조인 셈입니다.

제일약품은 그동안 다국적사 의약품 판매에 안주해왔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국내 43개 제약사가 포함된 ‘혁신형제약사’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혁신형제약사를 두고 업계에서는 “웬만한 제약사는 다 들어가 있어 차별화가 안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일약품이 지정되지 못한 것은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가 5%를 넘어야 한다’는 기준과 ‘미국 수출이 가능한 시설인 ‘cGMP’생산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외산 제품판매에 안주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습니다.

제일약품은 최근에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5%까지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구성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의약품의 특성을 감안할 때 ‘사후약방문’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이런 지적에 제약약품 관계자는 “일반의약품 판매를 늘리고 40여개 달하는 제너릭 영업을 강화해서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다. 좀 더 지켜봐 달라”고 했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