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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 게임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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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길 증권부 기자) 가상의 포커 게임을 투자에 대입해 분석한 보고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근 발표한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의 ‘은퇴리포트’입니다.

예컨대 이런 겁니다. 강원랜드가 포커를 좋아하는 도박사 두 명을 모시고 포커 게임을 엽니다. 두 명에게 판돈으로 각각 1억원씩 지급하지요. 둘이 25번 게임을 하게 됩니다.

다만 A와 B도박사에게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A도박사에게는 게임에 참여할 때마다 400만원씩 주고, B도박사에게는 한꺼번에 1억원을 선지급합니다. 다만 B도박사에게선 게임에 참여할 때마다 참가비 명목으로 400만원씩 떼갑니다. 공평한 게임을 위해서지요.

각 도박사는 게임에 참여하기 전에 베팅 비율을 결정해야 합니다. 아주 보수적으로 하거나 공격적으로 정할 수 있지요. 게임에 승리하면 베팅금액의 2.3배를, 패하면 0.3배만 지급합니다. 예컨대 100만원을 베팅해서 게임에서 이기면 230만원을, 지면 30만원만 수령하는 식입니다.

우승 조건은 간단합니다. 총 스물다섯 번 게임 중 평균 수익률이 4% 이상이면 됩니다. 연구소는 각 2000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A,B도박사의 우승 확률을 계산했습니다.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베팅 비율(위험성)이 클수록 승리 확률이 높아졌지만, 이 비율이 20%를 넘어서자 확률이 점점 줄었습니다. 특히 목돈을 받고 시작한 B도박사의 경우 베팅 비율이 일정 비율을 지나자 우승 확률은 그대로인 채 위험성만 커졌지요.

A도박사는 위험한 베팅으로 원금을 다 날려도 다음에 돈을 딸 기회가 있는 반면, B도박사는 초기 실패를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이유로 보입니다.

아마 이쯤에서 눈치 채신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A도박사는 적립식 투자자를, B도박사는 거치식 투자자를 의미합니다. 매달 일정액을 적립하는 투자자라면 주식 등 위험상품 비중이 클수록 수익률이 높이집니다. 하지만 거치식 투자자는 다르다는 게 이 포커 게임의 결과이죠.

거치식 투자자의 위험자산 비중이 약 30%가 될 때까지 수익률은 정비례합니다. 이 수치를 넘어서면 증가폭이 둔화하기 시작하죠. 50% 이후엔 수익률 증가폭이 현저하게 떨어지며 75%를 넘자 거의 상승하지 않았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적립식으로 투자할 땐 고위험·고수익 방식도 괜찮지만 거치식으로 투자할 땐 중위험·중수익 이하가 유리하다.” 연구소는 특히 은퇴자들이 거치식 투자를 실행할 때 위험자산 비중이 30~50%가 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습니다.

포커 게임에서 베팅할 때 ‘한 방’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거치식보다 적립식 투자를 해야겠네요. (끝)

오늘의 신문 - 2025.01.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