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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의 3개년 계획, '다시쓰기'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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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석 경제부 기자)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갑자기 예정에 없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다시 쓰기’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이달 25일 공식 발표를 앞두고 이미 실무 작업을 마친 상황에서 원고를 뜯어고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원래 오늘(21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약 300쪽 분량의 상세 자료 배포와 언론 브리핑을 전격 연기했습니다. 자료 배포와 브리핑 연기를 출입기자들에게 알린 시간은 어제 밤 11시였습니다.

갑자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기재부는 당초 지난 19일 출입기자들에게 60여쪽 분량의 3개년 계획 요약본을 배포하고 1차 브리핑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이어 언론사 경제부장, 논설실장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알맹이가 없다‘ ‘백화점식 대책이다’ ‘핵심이 잘 안보인다’는 비판이 적지 않게 나왔다고 합니다. 나름 열심히 자료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전여론 조사 결과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것입니니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결국 자료를 다시 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물론 짧은 시간에 새로운 내용을 집어 넣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대신 ‘스토리 텔링’ 방식으로 자료를 재구성하기로 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3개년 계획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내용이 충실한게 많은데 자료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핵심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을 눈에 띄게 부각시켜보겠다는 겁니다.

기재부가 이처럼 이번 계획에 공을 들이는 것은 3개년 계획이 박근혜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신년 구상에서 3개년 계획 수립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기재부가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한지 불과 열흘 정도 지났을 때입니다. 새해 경제정책 방향을 만드느라 온갖 아이디어를 쏟아부었는데 또 다시 ‘마른수건 쥐어짜기식’으로 또 다른 아이디어를 짜내야하는 상황이 됐으니 기재부 공무원들 입이 반쯤 튀어나왔습니다.

게다가 시간도 촉박해 기재부는 ‘속도전’을 감행해야 했습니다. 실무 직원들이 밤을 샌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합니다. 국장급 이상 간부들도 3개년 계획에 담을 내용을 교통정리하느라 전체회의를 여러번 가졌다고 합니다. 최종 자료 정리를 앞둔 지난 토요일(15일)에는 1차관 주재로 국장급 간부와 실무자들이 모두 모여 햄버거를 먹으며 오후부터 회의를 했는데 회의가 끝난 시간은 다음날인 일요일 새벽 4시였다고 합니다.

현오석 부총리를 비롯해 기재부 간부들은 그동안 3개년 계획은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새로운 내용을 담는 것보다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데 꼭 필요하지만 사회적 갈등이나 이해관계 대립으로 지지부진한 이슈에 대한 실행 계획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겁니다. 25일 발표될 3개년 계획이 그런 기대에 부합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 hohoboy@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6.2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