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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끓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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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열 경제부 기자) 모든 경쟁이 아름다울 수는 없습니다. 정부 부처간에는 이런 경쟁도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낸다며 지난해 12월19일 발표한 ‘4대 분야, 13개 대형 융합과제 추진 정책’인데요. 여기엔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자율주행 자동차, 극한환경용 해양 플랜트, 국민 안전·건강 로봇, 개인맞춤형 건강관리 시스템, 가상훈련 플랫폼, 첨단산업용 비철금속 소재’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리고, 약 두달 뒤인 올해 2월10일. 이번엔 미래창조과학부가 ‘미래 성장동력, 4대 기반산업과 9대 전략산업’을 발표했습니다.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스마트카, 해양 플랜트, 인텔리전트 로봇, 맞춤형 웰니스케어, 실감형 콘텐츠, 미래 융복합 소재’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두 부처가 시차를 두고 발표한 내용을 뜯어보면 앞으로 중점 육성하겠다는 산업이 13개로 숫자가 같습니다. 위의 7개 분야는 아예 내용이 똑같거나 비슷비슷해 어리둥절합니다.

산업부는 지난해 6월부터 산·학·연 약 500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13개 융합과제를 선정했습니다. 미래부가 발표한 13개 성장동력은 지난해 11월 출범한 미래성장동력기획위원회가 선정해 미래부에 올린 것이구요. 이 위원회에는 산·학·연 130명의 전문가가 참여했습니다. 두 부처가 유사한 성장산업을 발굴, 선정하는 과정에서 중복예산을 투입해 경쟁을 벌인 것이지요.

산업부의 13개 융합과제는 지난해 12월19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4회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서 이미 확정됐는데요. 이 심의회는 미래부가 사무국을 맡고 있답니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미래부는 산업부와 협의도 없이 13개 미래 성장동력을 발표했습니다.

게다가 미래부는 13개 성장동력 내용을 17일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해버렸습니다. 산업부의 업무보고 날짜는 이보다 7일 늦은 24일입니다. 13개 산업을 먼저 선정해 발표한 산업부이지만 대통령 업무보고 때는 뒷북을 치게 되는 모양새입니다. 부글부글 끓을 수밖에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일성은 각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라는 것이었습니다.

부처가 협업해 정책을 개발하면 중복되는 예산 투입과 중복되는 규제를 막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