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명의 파트너들과 함께하긴 합니다만 이들이 운용하는 펀드 규모가 대략 8조원 가량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는데 연간 운용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돈만 1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정 연봉이 그렇다는 얘기이고, 펀드 하나가 해산할 때 받는 성과급도 일반인들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천문학적인 액수라고 합니다.
김 회장과 박 부회장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경쟁은 아시아 사모펀드 시장에서도 주요 화제 거리입니다. 둘 다 성공적인 행로를 걸을 수도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 한 쪽은 승자가, 또 다른 한 쪽은 패자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들 둘은 성향과 출신 등 많은 부분에서 대조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성공할 지에 관심이 더 쏠리는 이유입니다.
MBK와 어피니티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근거지’입니다. 김 회장은 2005년에 1호 펀드를 만들면서 이를 한국에 등록시켰습니다.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전역에 투자하는 아시아 리져널(regional) 펀드이면서 본사는 한국에 두고 있습니다. 사무실도 광화문에 버젓하게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MBK 사람들은 스스로를 ‘토종’ 사모펀드로 불리길 원합니다.
이에 비해 어피니티는 단 한번도 한국에 펀드를 등록한 적이 없는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입니다. 창업자도 K.Y.탕이라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입니다. 하이마트, 더페이스샵, 오비맥주, 풀무원, 스카이라이프 등 주로 한국 기업에 투자해 대부분의 수익을 올렸습니다만 근거지는 홍콩입니다. 홍콩이 세율이 낮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만 어쨌든 창업자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굳이 한국에 펀드 등록을 할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이 때문에 박 부회장의 자택도 홍콩에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김 회장과 박 부회장의 자라온 배경과 성향을 보면 누가 외국계고 토종인 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토종을 내세우긴 하지만 사실 김 회장은 철저히 미국인의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유년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고, 하버드 대학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습니다. 직장 생활도 칼라일 등 외국계에서 줄곧 해왔습니다.
성향과 관련해서도 미국인 특유의 ‘프로페셔널리즘’을 갖고 있다는 평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M&A 거래를 할 때 IB(투자은행)와 변호사 등을 고용하고, 은행들로부터 인수금융을 받기도 하는데 MBK는 이때 수수료와 각종 대우면에서 가장 ‘글로벌 스탠다드’를 잘 지키는 사모펀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실용적인 성향이 때론 지나쳐 비판의 부메랑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 가려 만난다’는 비판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돈을 준 연기금 CIO(기금운용본부장)조차 김 회장과 식사 한 번 못했다니 할 말 다했죠. 비즈니스와 관련이 없으면 굳이 시간을 할애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한 연기금 CIO는 이렇게 평합니다. “아마 국내 연기금 CIO 수명이 길어야 3년이니까 만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김 회장과 비교해 박 부회장은 출신과 성향 면에선 훨씬 ‘토종’에 가깝습니다.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해 삼성전자재무쪽에서 19년을 근무했습니다. 어피니티의 전신인 UBS캐피탈로 직장을 옮기기 전까지 삼성에서 부장으로 재직했으니 셀러리맨으로서도 아주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김 회장이 칼라일아시아 회장직을 버리고 2005년 MBK파트너스를 창업할 때 나이가 41살이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캐릭터’ 역시 박 부회장은 ‘인상 좋은 이웃집 아저씨같다’는 평을 듣습니다. 만나본 사람들은 대부분 그를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로 얘기합니다. 어피니티 한국팀의 일하는 스타일도 외국계라기보다는 ‘한국적’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좋을 정도입니다. 자문사나 은행에 수수료를 줄 때 한 푼이라도 더 깎으려고 하는데 워낙 ‘독종’이어서 다들 혀를 내두른다고 합니다.
이처럼 상반된 김 회장과 박 부회장의 스타일은 투자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아직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어피니티가 오비맥주 투자에서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2019년에 펀드 해산을 해서 수익률이 얼마인 지가 나와야 공과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고, MBK파트너스는 C&M 투자에 실패했다는 평이 있긴 하지만 올해 매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지를 봐야 역시 평가가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현재 ‘스코어’로는 사모펀드 업계나 국내 연기금 모두 어피니티에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어피니티는 풀무원 정도를 제외하면 투자하는 것 마다 속칭 ‘대박’을 쳤습니다. 국민연금 같은 곳에선 어피니티에 한국 법인을 설립해 자기들 돈을 받아가라고 할 정도입니다.
이에 비해 MBK파트너스는 C&M, HK저축은행, 테크팩솔루션 등 팔아야 할 시점을 넘긴 투자 기업들이 꽤 많습니다. 한국 사모펀드 업계의 대표 주자인 김병주 회장과 박영택 부회장 간 선의의 경쟁에 눈길이 가는 이유입니다. (끝)